시각장애인도 손 끝으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촉각 예술 전시회가 열린다. 3D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시각장애인용 촉각 교재·예술 작품을 전시해 첨단 기술의 새로운 활용 사례를 제시했다는 평가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은 다음 달 11일까지 서울 북촌로 갤러리 ‘우리들의 눈’에서 3D프린터를 활용한 입체 촉각교구 전시회 ‘석굴암과 피에타’를 개최한다고 28일 밝혔다.
갤러리에 석굴암, 첨성대, 비너스, 피에타 등 역사와 예술 분야 모형 30여 점을 전시한다. 전시장 벽면에는 작품 감상을 그림으로 표현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전시품은 시각장애인이 직접 만져보고 느낄 수 있도록 신체 환경에 맞춰 축소 제작했다. 3D프린터로 시각장애인용 촉각 교재를 개발해 보급해온 문명운 KIST 다원물질연구소 박사팀이 전시품 제작을 맡았다.
시각장애인 지원 단체 ‘우리들의 눈’이 전시회를 기획했고, 이화여대 통역번역대학원이 영어, 일어, 중국어 번역을 지원했다.
문 박사는 기존 연구분야인 표면처리 기술을 3D프린팅에 결합해 소재 촉감과 안전성을 확보했다. 실제 학교 현장에서 수업 보조 교재로 쓰일 수 있게 만든 전시품이기 때문이다. 만지기 쉽고 안전한 소재로 제작하는 것이 관건이다.
이 같은 3D프린팅 촉각 교재는 올해 1학기부터 서울 신교동 서울맹학교 5학년 사회 수업용으로 보급됐다. 시각 장애 학생들이 쓰는 점자 교재에는 시각 자료를 표현할 길이 없었지만 촉각 교재로 각종 유물 형태를 직접 만져보고 체험할 수 있게 됐다. 2학기에는 전학년으로 보급 대상을 확대하고, 과학 과목 교보재도 보급한다.
문 박사는 “시각 장애는 결핍이 아닌 창의적 가능성”이라며 “시각 장애인이 이미지 체험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