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제조기업에 ‘차이나드림’ 열풍이 불고 있다. 내수 매출 비중이 높은 국내 모바일 소재·부품 업체들이 대표적이다. 글로벌 업체들 못지않게 중국 완제품 업체들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국내 중소기업들의 발걸음은 날로 바빠지고 있다. 고객사를 다변화해 사업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계는 세계 스마트폰·태블릿PC 등 모바일 기기 시장과 함께 커왔다. 이들 앞에는 삼성전자·LG전자라는 대기업이 있었다. 부품 업체들은 독자 기술로 고객사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구현해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모바일이 아닌 새로운 시장에 대한 고민은 부족했다.
영원할 것 같았던 모바일 시장의 성장세가 꺾였다. 차이나드림이 시작됐다. 국내 업체들이 먼저 영업에 나섰다. 불과 1~2년 전만 해도 중국 완성품 업체들은 국내 협력사들에 러브콜을 보내왔다. 하지만 가격 경쟁력만 있었던 현지 업체들이 기술력까지 갖추면서 판도가 바뀌었다. 국내 부품 업체 다수가 이들과 정면에서 겨뤄야 한다.
더욱 우려되는 것은 미래다. 기술 유출부터 문제다. 완제품 업체는 공급망 확대를 위해 한 협력사의 기술을 다른 협력사들에게 슬쩍 넘기는 경우가 많다. 현지 대응력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업체들의 핵심 인력이 중국으로 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남은 기술력마저 현지 업체들에 빼앗기는 것은 시간문제다.
이런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선 기본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 기초 체력을 단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늦었지만 모바일기기 그 이후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준비는 없다. 최근 주목받고 있는 사물인터넷(IoT) 산업이 대표적이다. 국내 업계에서 지금껏 거론되는 수준은 플랫폼을 비롯한 SW 정도에 그치고 있다.
업계는 당장 먹고 살기 위해 중국만, 모바일만 바라본다. 당장의 위기를 견디지 못하고 성장 기반인 인력마저 줄였다. 지금의 차이나드림이 5년, 10년 뒤 업계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된다.
김주연기자 pill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