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주민등록번호는 행정관리용으로 사용하고 민간 영역은 별도의 증번호를 부여해 사용하는 방안이 거론됐다. 사용 중인 주민등록번호시스템을 일시에 전환하기에는 천문학적인 비용이 수반되기 때문이라는 게 논의의 배경이다.
유승하 아주대 교수는 29일 “주민번호 유출이 인재라고 본다면 어떤 방식으로 주민번호체계를 바꾸더라도 안전을 100% 보장할 수는 없다”며 “기존 주민번호는 정부의 행정관리 영역으로, 상용 부분에는 개인식별번호를 부여하는 방식이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29일 상공회의소에서 개최된 ‘주민등록번호 개선방안 공청회’에 참석해 이같이 강조했다. 또 “국가 정보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계된 주민등록번호를 한꺼번에 바꾼다는 것은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이에 따른 정보시스템 비용만도 10조원 이상 소요될 것”으로 분석했다.
김상겸 동국대 교수는 “다른 국가에서 우리 시스템을 모방하는 시점에서 개인정보 때문에 이를 폐지하는 게 바람직한 방향인지 의문”이라며 “이미 40년 동안 행정정보 시스템과 연계해 사용해 온 주민번호를 폐기하고 무작위번호 발행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고 말했다.
오강탁 한국정보화진흥원 전자정부지원본부장은 주민번호가 국가정보화시스템과 긴밀하게 연계된 점을 감안하자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의 정보화시스템은 주민번호를 기반으로 통합·연계·운용되고 있다”며 “정부가 제시한 6개 대안 가운데 어떤 경우에도 주민번호 수정으로 감당해야 할 비용은 당초 예상한 금액보다 훨씬 더 클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영훈 광운대 교수는 “주민등록 개편은 1~2년 내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고 10년 정도 긴 시간을 두고 진행해야 한다”며 “그동안 얼마나 많은 정보가 유출되고 피해가 정확히 어느 정도인지조차도 모른다”고 말했다.
금창호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주제발표에서 지난 3월부터 준비해 온 ‘주민등록번호 개선방안’을 소개했다. 연구원은 △신규 주민번호(규칙) △신규 주민번호(무작위) △현 주민번호+발행번호(무작위) △신주민번호+발행번호(무작위) △발행번호 단독(규칙) △발행번호 단독(무작위) 등 6개 방안을 제시했다. 이에 따른 시스템 교체비용은 3000억~4000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했다.
금 위원은 “개인정보보호라는 제1 목적에 비춰보면 기존 주민번호를 폐지하고 무작위번호체계를 개발하는 대안이 가장 적절하다”며 “하지만 6개안 모두 논의 중인 안이며 이 테두리 내에서 결정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안행부 관계자는 “공청회에서 용역결과에 대해 정부가 비중을 두고 있는 안은 없다”며 “앞으로도 추가 의견수렴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말했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