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석탄의 재발견, 석탄가스화복합화력 발전소 현장을 가다

기후변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친환경 에너지원 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 각국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통 화석연료에서 벗어나 태양광,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원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이들 신재생에너지원은 사용하는 부지 면적과 생태계 파괴 가능성에 비해 아직은 발전량이 많지 않다는 숙제를 가지고 있다.

[르포]석탄의 재발견, 석탄가스화복합화력 발전소 현장을 가다

다른 한편에서는 신재생에너지원이 아닌 기존 화석연료를 좀 더 깨끗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해법을 마련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석탄가스화복합화력(IGCC)은 화석연료 친환경 사용 사례의 대표주자다. 국내에서도 부존량이 풍부한 석탄을 깨끗하게 사용하기 위한 IGCC 실증사업이 진행 중이다.

푸른 바다와 초록의 산림이 어우러진 태안해안국립공원 끝자락에 위치한 태안화력발전단지. 최근 이 발전소 부지에는 석탄을 친환경 에너지로 전환하기 위한 의미 있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석탄가스화복합화력(IGCC) 사업이 주인공이다.

한국서부발전과 두산중공업 등이 함께 추진하는 IGCC 실증플랜트는 2011년부터 사업을 시작해 내년 말 준공을 앞뒀다. 세계에서 7번째, 국내로는 처음 건설되는 설비는 총 공사비 약 1조3000억원에 연인원 29만명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이다. 실증 사업이 완료되면 한국형 IGCC 표준모델 완성을 통해 해외 친환경 석탄화력 시장 개척의 선두에 나설 예정이다.

태안화력발전소 후문을 지나면 왼편으로 볼 수 있는 IGCC 발전소는 이미 주요 골격이 상당 부문 완성돼 거대한 위용을 뽐내고 있었다. 가스화기, 발전소, 운영실, 산소공급 설비, 대기 환경설비까지 발전소를 구성하는 주요 요소는 이미 들어서, 철골 구조를 모두 갖췄고 내·외장 공사만 남겨둔 상태다.

대충 눈짐작으로 봐도 웬만한 발전소 1기의 크기를 넘어서는 거대한 규모, 옆에 석탄화력 발전소인 태안 1·2호기와 비교할 때 이들 둘을 합친 규모다. 그 중에서도 IGCC의 핵심 설비인 가스화기 구조물은 130m 높이로 보는 이를 압도한다. 가스화기는 석탄을 고압 고온 처리 과정을 통해 가스를 생산하는 설비로 IGCC 핵심 설비이다. 그 옆으로는 석탄 하역장부터 가스화기까지 석탄을 공급하기 위해 컨베이어 벨트 설치공사가 한창 진행 중이다. 태안 IGCC는 5200㎉ 수준의 저열량탄을 가지고도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가스화기에서 생산된 가스는 발전소 건물로 공급된다. 수백개 계단을 올라 도착한 발전소 건물 현장에서는 스팀터빈과 발전기가 한창 조립 중이었다. 그 옆 난간 아래로 가스터빈이 위용을 뽐냈다. 가스화기에서 생산된 가스가 연소해 운동에너지를 발생시키는 곳으로 그 동력이 발전기에 전달돼 전력을 생산된다. 그리고 남은 열은 배열회수보일러로 전달된다.

배열회수보일러는 가스터빈의 폐열을 모아 이를 통해 스팀터빈을 가동하는 설비로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함께 사용하는 복합화력에 필수 요소다. 일반 복합화력 시스템에서는 가스터빈의 열이 배열회수보일러에 공급되지만, IGCC에서는 가스터빈 폐열에 더해 가스화기에서 생산된 가스의 냉각열까지 두 가지 열원이 사용된다. 두 열원의 비중은 각각 70%, 30% 각 공정에서 발생하는 배출에너지를 버리지 않고 최대한 다시 쓰는 셈이다.

석탄가스화에서 가스터빈 발전, 스팀터빈 발전까지 모든 과정을 거치면 태안 IGCC는 총 330㎿ 전력을 생산한다. 이 중 30㎿는 발전소내 전력으로 사용하고 나머지는 송전한다. 일반적으로 석탄화력 발전소 1기의 설비규모가 500㎿인 점을 생각하면 전력생산량이 많지 않아 보이지만, IGCC는 엄연히 친환경 신재생에너지로 인정받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단독 설비 규모로는 가장 크지만 가장 적은 부지로 300㎿ 신재생에너지 전력을 생산해 수백대의 풍력과 태양광 발전을 대체할 수 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인정해주는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는 4분의 1정도에 불과하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약 80㎿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는 셈이다.

주기기 설치 등 커다란 공사는 모두 마무리한 상태. 태안 IGCC 공사는 운전을 앞두고 옷매무새 정리 단계에 들어섰다. 지금 당장이라도 계통만 연결하면 전력생산이 가능해 보였다. 실제 태안 IGCC는 준공시기가 내년 말이지만, 올해 안에 공사를 마치고 내년부터 시범사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상업운전은 아니지만 실제 전력시장 입찰에도 참여하고 발전소 가동도 진행해 설비 안정성 검증을 하게 된다.

김용학 서부발전 IGCC 건설처장은 “석탄가스화와 이를 통한 실제 발전소 가동을 위한 공사는 올해 마무리 될 예정”이라며 “시범운전을 통해 한국형 IGCC 기술의 신뢰도를 쌓고, 미래 친환경 석탄 발전의 모델로 정착시킬 계획”이라고 밝혔다.

태안(충남)=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