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 민영화...경영권 인수자 ‘유효 경쟁’ 성사에 촉각

정부가 30일 우리은행 경영권 지분 매각 입찰 공고를 내고 ‘민영화’에 착수한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유효경쟁’ 성사 여부에 모아졌다. 복수의 인수 희망자가 나와야 매각이 가능하다. 현재 분위기로는 교보생명 이외에 뚜렷한 인수 의향자가 없어 민영화가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적지 않다.

금융위원회 산하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이날 정부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 56.97% 중 안정적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지분 30%를 매각하는 일반경쟁입찰 공고를 냈다. 희망수량경쟁입찰 방식으로 매각되는 나머지 26.97%는 10월말 공고한다.

정부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많은 공을 들였다. 증권계열과 지방은행을 따로 매각하고, 우리은행 지분을 경영권 지분과 나머지를 나눠 팔기로 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취임 직후부터 ‘제대로된 우리은행 민영화’를 중점 과제 가운데 하나로 꼽아왔다.

이번 매각 시도가 성공할지는 아직까지 불확실하다.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30% 지분은 2인 이상의 유효한 입찰자가 있어야 가능한데, 이에 참여할만한 주체가 마땅치 않다.

우리은행 고위 관계자는 “지분 30%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3조원 이상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는 데 동향 파악 결과, 아직까지 교보생명 이외에 뚜렷한 인수후보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우리은행 인수에 관심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보생명 역시 유동자산이 1조3000억원가량 밖에 되지 않아 별도 컨소시엄을 구성할 가능성이 높다.

유력 후보군인 국내 시중은행이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관측이다. KB금융지주는 ‘KB 사태’로 최고경영자(CEO)가 공석이라 의사결정이 쉽지 않다. 신한금융지주는 한동우 회장이 당분간 인수·합병(M&A)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하나금융지주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 통합 문제에 집중하고 있어 우리은행 인수에 뛰어들 가능성이 낮다.

외국계 사모펀드가 참여할 수 있지만 론스타의 ‘먹튀 논란’ 이후 국민 정서상 시중은행을 외국 자본에 넘기는 것은 정부에게도 부담이다.

정부는 여러 채널을 가동해 최대한 인수희망자 발굴에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시장에 알려진 후보(교보생명) 이외에 경영권 인수 의사를 내비친 대상자가 아직까지는 없다”며 “향후 두 달의 입찰기간 동안 정부는 물론이고 JP모건·KDB대우증권·삼성증권 등 주간사를 가동해 인수희망자 발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