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용 플라스틱 기판의 내구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그동안 플라스틱 기판은 플렉시블 디스플레이를 구현하기 위한 최적의 소재로 평가받아 왔지만 산소와 수분 등 외부 환경의 노출에 취약하다는 게 치명적인 단점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고품질의 ‘배리어막’ 연구가 국내외에서 한창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성능이 뛰어나면서도 보다 쉽게 배리어막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이 등장했다.

성명모 한양대 나노융합과학과 교수는 최근 저온에서도 화학·물리·기계적으로 안정한 유무기 복합 박막을 제조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일반적으로 디스플레이용 기판 재료는 유리다. 유리는 산소나 수분 등을 원천 차단해, 유리 안쪽에 배치되는 전자 소자들이 외부 요인에 의해 손상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반면에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에서는 보다 유연한 플라스틱 기판 소재가 적극 검토돼 왔다. 하지만 플라스틱 기판의 경우 산소·수분 등을 차단하기 어렵다는 게 흠이었다. 대안 기술로 플라스틱 기판에 배리어막을 덮어씌워 기존 유리 기판과 동일한 효과를 낼 수 있도록 하는 데 연구가 진행돼 왔다.
성 교수가 개발한 ‘유무기 혼성 박막 제조’ 기술은 새로운 전구체 물질을 사용해 얇으면서도 산소·수분의 투과를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화학적 결합으로 형성되는 각각의 유기분자층과 무기분자층을 ‘분자층 적층법’에 의해 증착될 수 있도록 했다.
지금까지 분자층 증착(MLD) 기술이 많이 이용됐지만 공기 중에서 유무기 혼성 박막이 쉽게 분해되는 게 단점이었다. 원자층 증착(ALD) 기술 또한 봉지막 형성 공정 중에 발생하는 핀홀 제어가 어려웠다.
성 교수가 개발한 분자층 적층 기술은 저온에서도 제조 가능하고, 봉지막 제조 공정 중 핀홀 생성이 억제된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또 내구성이 탁월해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기판 배리어막으로 사용하기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성 교수는 “현재 이 기술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이고 있는 글로벌 소재 업체와 기술 이전 계약을 협의 중”이라며 “향후 플렉시블 디스플레이의 범용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일조할 것”으로 기대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