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업계는 1위 자리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확실한 점유율 차이가 나지 않으면 시장조사업체 데이터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1위가 달라진다. 민간기관이 제공하는 자료가 금액별, 수량별 등 각기 기준이 다르다. 업체들이 ‘제 논에 물대기’ 식으로 자료를 인용할 수 있는 이유다. 소비자는 기준이 다른 데이터로 혼란을 겪고 있다.
◇렌즈교환식, 캐논·소니 오픈마켓 포함여부 두고 설전
캐논과 소니는 지난 4월 국내 렌즈교환식 카메라 시장에서 올해 1~2월 시장점유율 1위가 자사라며 다툼을 벌였다. 양사는 시장조사업체의 자료를 바탕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며 자사가 1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소니는 ‘오픈마켓’ 판매가 포함된 시장조사 수치를, 캐논은 불포함된 수치를 두고 주장하며 서로 다른 ‘기준’을 내세웠다.
‘오픈마켓’ 판매 데이터가 논란이 되는 것은 신뢰도 때문이다. 우선 오픈마켓은 ‘판매자’ 중심 시장이다. 오프라인 판매점, 홈쇼핑, 온라인 쇼핑몰 등이 구매자 중심으로 돌아가는 것과는 다르게 오픈마켓은 판매자 중심으로 돌아간다. 판매자 입장에서 이익이 많이 남는 제품을 집중 판매할 때가 있다. 이 때문에 ‘데이터 왜곡’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시장조사업체가 오픈마켓 데이터를 집계할 때 무작위로 판매자를 선정하는 것이 데이터 신뢰도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다. 특정 브랜드를 주력하는 판매자를 집계하게 된다면 공정하지 못한 데이터가 도출될 수도 있다.
중복집계도 문제가 된다. 일부 데이터는 몇몇 판매자가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고 다시 재판매하는 과정에서 중복으로 집계가 이뤄지기도 한다. 데이터 조작이 일어날 가능성 등 신뢰도 측면에서 일부분 문제의 소지가 야기될 수 있다.
◇렌즈일체형(콤팩트카메라)·미러리스에서는 ‘소니와 삼성전자’ 한 판 승부
소니코리아는 국내 렌즈일체형 카메라 시장에서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금액’ 기준 누적 점유율 29%로 1위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소니코리아는 시장조사업체에 일정 가격을 지불하고 데이터를 받았기 때문에 출처를 밝히는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시장조사기관은 여러 고객사를 상대해야 하기 때문에 자신들의 출처가 밝혀지는 것에 부담을 느끼고 있다. 실제 이 회사는 소니코리아 데이터 출처가 언론에 보도된 이후 보도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소니와 삼성전자는 미러리스 시장에서도 양강체제를 이루면서 신경전이 치열하다. 올해 상반기 승리는 소니에 돌아갔다. 국내 미러리스 카메라 시장의 소니 점유율은 51%, 삼성전자가 30% 안팎으로 ?고 있다.
소니코리아 관계자는 “우리가 파악하기에는 해당 시장조사 데이터는 전체 시장 조사를 할 때 오픈마켓에도 오프라인 소매점과 같은 기법을 적용해 판매 데이터를 집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부 시장을 의도적으로 제외하는 것 보다는 전체 시장의 데이터를 활용하는 것이 보다 신뢰도가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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