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비판론자`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삼성은 사람을 중심에 두라" 강연

대표적 진보학자인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1일 삼성 사장단에게 “사람을 중심에 두라”고 조언했다. 신 교수는 평소 삼성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 온 학자이지만, 삼성의 요청을 수락해 ‘사람과 삶’을 주제로 이날 수요 강연에 나섰다.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

강연 직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빌딩에서 기자들과 만난 신 교수는 “삼성은 사회적으로도 매우 큰 기업”이라며 “삼성에서 ‘변방의 창조성’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심부는 항상 고여 있어 발전의 원동력이 떨어지지만, 변방은 더 나은 현실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로 쉴 새 없이 움직이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세계적 입지에 오른 삼성이 자만하지 말고 초심을 기억하라는 의미를 전했다.

삼성에 대한 자신의 시각에 대해서는 삼성의 성장과정에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은 자신이 만난 인물들과, 겪었던 사건들이 모여 ‘나’로 이어진다”며 “삼성에 대한 비판은 신자유주의 환경이 만들어 낸 것들의 산물”이라는 것이다.

이날 강연은 성공회대가 2008년부터 마련한 ‘CEO를 위한 인문학 과정’에 참여하는 삼성 임원들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신 교수는 “부회장 이하 삼성그룹의 많은 임원들이 성공회대 강의를 수강해왔다”며 “오래 전부터 요청이 있었던 것을 이번에 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준 삼성 미래전략실 커뮤니케이션팀장도 이어 열린 수요브리핑에서 “20년 투옥생활 등 신 교수의 파란만장했던 삶이 녹아든 강연이었다”며 “‘삶’이라는 글자가 ‘사람’을 합친 모양새라는 점을 든 점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이준 팀장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건강상태에 대해 “병원에서도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며 “이 회장의 여러 상태들이 호전 중”이라고 설명했다. 조기 인사설에 대해서도 “예년(12월 초)처럼 이뤄질 것”이라며 각 사업부별로 진행될 내년 경영기획 워크숍 등에 향후 일정에는 변동이 없을 것임을 시사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