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 발전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된 ‘생태자연도 1등급지 내 설치 금지’ 규제가 완화된다. 인허가 단계에 발이 묶인 대다수 풍력사업이 궤도에 오를 수 있는 조치로 업계는 크게 반기고 있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환경부에 따르면 두 부처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에서 풍력발전기 설치를 일부 허가하는 내용의 육상풍력 가이드라인 작성에 합의했다. 생태자연도는 산, 하천, 도시의 자연환경 가치에 따라 1~3등급으로 구분한 지도다. 자연환경보전법 34조에 따라 환경부 장관이 토지 이용과 개발 계획 수립이나 시행에 활용하기 위한 목적에서 작성한다.
환경부는 지금까지 1등급지 내에서는 풍력발전 인허가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장 조사를 거쳐 자연 훼손 정도가 크지 않고 타당성이 인정되면 예외로 허용할 방침이다. 현재 인허가 단계에 묶여 있는 육상풍력 사업은 1.8GW에 달한다. 이 가운데 70%에 해당하는 1.3GW가 1등급지 규제에 막혀 있다.
환경부는 이르면 이달 안으로 관련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계획이다. 지속적인 점검을 바탕으로 가이드라인은 2년마다 개선·보완할 방침이다. 정부 한 관계자는 “같은 1등급지라도 보존할 가치가 있는 장소가 있는 반면에 이미 벌목 등으로 훼손돼 가치를 상실한 곳이 있는 등 상황은 제각각”이라며 “현장 조사를 거쳐 실태를 파악하고 사업 타당성이 인정되면 허가해주기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생태자연도 1등급지 내 설치 금지’ 조항은 풍력발전 최대 규제로 지목돼 왔다. 현재 인허가 단계에 묶여 추진하지 못하는 사업은 50여건, 설비 용량기준 1.8GW에 달한다. 원자력 발전소 2기 용량과 맞먹는다. 이 가운데 1등급지 규제 조항에 걸려 인허가를 받지 못한 사업은 30여건, 1.3GW 규모다. 사실상 대다수 사업이 1등급지 조항에 묶여 있는 셈이다.
풍력업계는 1등급지 가운데 자연 훼손이 적고 사업이 가능한 지역이 존재하는 만큼 관련 규제 완화를 끊임없이 주문해 왔다. 산업부도 신재생 에너지기본계획에서 풍력발전 비중을 늘린다는 계획이어서 관련 규제 완화가 필요한 상황이었다.
환경부와 산업부는 그동안 1등급지 내 풍력 사업 가능 여부를 두고 협의를 이어 왔다. 환경부는 1등급지가 생태·경관 가치, 자연성이 가장 높은 지역인 만큼 풍력발전기 설치로 자연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는 방침이었다. 이에 비해 산업부는 환경 훼손 가능성이 낮은 사업은 인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간극을 보여 왔다. 두 부처는 최근 신재생에너지 보급 확대 필요성이 커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산업 활성화 방안으로 규제 완화에 방점을 찍으면서 부처 간 협의도 급물살을 탔다.
이번 조치로 풍력발전 분야의 굵직한 규제는 대다수 사라지게 됐다. 앞서 산림청은 풍력사업 허가 면적을 3만㎡ 이내에서 10만㎡ 이내로 변경하는 내용의 산지관리법 시행령 등 14개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환경부도 1등급지 내 설치 금지조항과 더불어 ‘지형변화 지수’ ‘풍력단지 거리제한’ 규제도 완화할 방침이다.
표류 중인 상당수 풍력사업이 궤도에 올라설 것으로 예상된다. 풍력발전은 신재생에너지원 가운데 전력을 생산하는 비용이 가장 낮다. 하지만 각종 규제로 보급이 확대되지 못했다. 국내 풍력발전 누적 설치량은 약 600㎿에 불과하다. 업계는 이번 조치로 표류 중인 사업 가운데 적어도 300~400㎿ 규모 사업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다. 시스템 제조업계 기준으로 100~150기의 실적을 확보할 수 있는 양이다. 업계 관계자는 “1등급지 규제 완화로 환경훼손 우려가 따르지만 풍력발전 전후 생태변화를 보고하는 관리체계도 마련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실제로 사업이 가능하도록 명확한 세부규정을 마련한다면 업계는 큰 힘을 얻게 된다”고 말했다.
유선일기자 ysi@etnews.com, 최호기자 snoop@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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