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생명과학자 꿈꾸는 여고생, 과학자를 만나다

미래 생명과학자를 꿈꾸는 여고생과 선배 여성 과학자가 실험실에서 만났다. 로레알코리아(대표 얀 르부르동)와 여성생명과학기술포럼(회장 김성주)이 주최하고 미래창조과학부가 후원하는 ‘2014 사이언스오픈랩’이 4일 시작으로 10월 한 달간 매주 토요일마다 열린다.

사전 신청을 받은 300명 여고생은 숙명여대를 비롯해 서울대, 연세대, 전국 6개 도시 20개 연구실에서 100여명의 과학자와 만난다. 문·이과를 망라하고 신청한 여학생은 약 20여명의 조로 나뉘어 주말 하루 동안 약 4시간가량 실험을 직접 진행하며 미래 과학자로서 역할을 체험해본다.

올해는 학생과 참여 연구소의 긍정적 반응에 힘입어 규모를 두 배로 늘렸다. 지역도 서울, 경기 외에도 충청, 경상, 전라지역까지 확대됐다. 지난해 처음 개최된 사이언스오픈랩은 서울, 수원, 대전 3개 도시 12개 연구실에서 60명 과학자, 172명 여고생이 참여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 남녀 성비 불균형과 여성 인력 열세 문제는 지난 10년간 개선이 가장 느린 문제 중 하나다. 로레알이 보스턴컨설팅그룹에 의뢰해 지난 4월 발표한 ‘세계 여성과학자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과학자 중 여성 비율은 29% 수준이다. 특히 고등학교 시절 여학생과 남학생이 과학 과목에서 각각 49%, 51%로 동등한 성적을 보이는 반면 학사(32%), 석사(30%), 박사(25%)로 갈수록 여성 비율은 더욱 낮아진다. 대학이 사실상 여성 이공계 인력의 첫 번째 ‘허들’이 되는 셈이다.

선진국에서는 이공계 남녀 성비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독일은 ‘독일 걸스데이’를 개최해, 기술직 분야에서 편견이나 고정관념을 줄이기 위해 여고생을 대상으로 한 산업현장 직업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우리나라도 2004년부터 정부 차원에서 선진국에 활용도가 낮은 여성과학기술인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한 육성지원 정책을 진행하고 있다. 이공계 분야에서 여학생 입학 비중을 2012년 19.5%에서 2018년 25%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또 진로상담, 현장교육을 강화하고 과학교육 체험프로그램도 지원한다.

특히 생명과학은 미래 새로운 먹거리산업인 동시에 여성과학자가 가장 많이 진출하는 분야다. 이번 사이언스오픈랩에 참여한 송윤선 숙명여대 약대 교수는 “여성이 남성보다 이공계에 부족한 것은 타고난 적성보다는 결혼 적령기나 출산, 육아 문제가 더 크게 작용한다”며 “바이오의학, 생명과학 분야는 산업이나 시장 전망도 밝고, 섬세하고 꼼꼼한 여성적 특성과도 잘 맞는다”고 강조했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