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엔지니어, 개발자로 근무하던 시절에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근로 계약을 할 때 그냥 “찍으라는 대로 찍는” 게 보통이었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거나 근로 계약을 맺을 때에는 미리 알아둬야 할 게 많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주체인 사업주와 직원간의 관계부터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법적으로 말하자면 민법과 노동법에 의해 규율된 근로계약관계다.
개인 간 관계를 정의하는 기본 법률인 민법을 빌리면 근로계약 체결은 구두(口頭)만으로도 가능하다. 하지만 노동법은 다르다. 근로자의 생존권 강화 차원에서 민법 보호에서 하나 더해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를 의무화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근로계약서를 작성해서 근로계약을 맺을 때 꼭 지켜야 할 포인트를 소개한다. 물론 이번에 소개하는 체크포인트는 개발자에만 국한된 건 아니다.
◇ 근로계약서에서 확인할 ‘필수기재사항’=근로계약서에는 임금과 근로시간, 주휴일, 연차 휴가 관련 사항이 반드시 포함되어야 한다. 근로기준법 17조에 나온 바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보면 이렇다.
먼저 임금. 단순히 임금 총액만이 아니라 구성 항목과 계산 방법, 지급 방법 모두 기재해야 한다. 다음은 근로시간. 출퇴근 시간을 모두 기재해야 하며 직원에게는 4시간마다 30분 이상 휴식 시간을 부여해야 한다. 따라서 휴식시간도 기재하는 게 바람직하다. 예를 들어 하루 8시간 일하는 직원이라면 1시간 점심시간을 준다고 기재하면 된다.
다음은 주휴일이다. 주휴일이란 일주일에 하루 부여하는 휴일이다. 근로계약서에는 언제가 주휴일인지 여부를 명시해야 한다. 대부분 회사는 일요일이 주휴일이니 “주휴일은 일요일로 한다”는 식으로 기재하면 된다.
다음은 연차휴가. 연차휴가란 매년 직원에게 부여해야 하는 15일 휴가를 말한다. 근로기준법 60조에 자세하게 규정되어 있는데 이 조항을 기준으로 기재하면 된다. 다만 직원이 4명 이하라면 연차휴가를 부여하지 않아도 된다. 이런 회사에선 연차휴가를 빼고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는 것.
위에서 언급했듯 근로계약서의 필수기재사항은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규율되어 있다. 해당 내용을 잘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에는 이를 반드시 확인한 다음 계약을 마무리하는 게 좋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보통 기재하는 조건이나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교부하지 않았을 때 발생할 불이익에는 어떤 게 있을까.
◇ 근로관계에 영향을 미치는 또다른 요소=필수기재사항은 아니지만 임의기재사항은 근로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이런 사항의 기재 여부와 주의할 점도 체크해볼 필요가 있다.
먼저 근로기간이다. 계약직 직원으로 일한다면 근로계약서에 정확한 근로기간을 명시하는 게 중요하다. 또 계약직 직원의 총 근로기간이 2년을 초과한다면 ‘기간제및단시간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에 따라서 정규직 직원으로 전환해야 한다. 계약직 직원을 채용할 때에는 이 점 역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근무지와 직무 내용이다. 근무지와 직무 내용은 근로계약서에 필수 기재 사항은 아니다. 하지만 근로기준법 17조에 따르면 근로 계약을 체결할 때 사업주는 구두로라도 근무지와 직무 내용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서 실무에서 주로 문제가 되는 사항은 전직의 정당성 여부인 만큼 입사 이후 이 점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다음은 취업 규칙에서 정한 사항. 취업 규칙이란 사업주가 직원 모두에게 적용하는 사내 규칙 또는 근로조건에 관해 구체적으로 규정한 걸 말한다. 보통 인사 규정이나 사규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런 취업 규칙은 회사 생활의 기준이 되는 것인 만큼 근로 조건에 있어 중요한 부분이 있다면 계약서에 포함해 당사자 간 확인이 필요하다.
다음은 근무일이다. 특정일에만 근무하는 직원이나 주5일제를 시행하는 회사, 일요일이 아닌 주중 특정일을 주휴일로 삼는 회사 같은 곳이라면 근로계약서에 근무일을 명확하게 기재하는 게 법적인 다툼 방지에 도움이 된다.
◇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면?=그렇다면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으면 어떤 문제나 불이익이 생길 수 있을까. 사업주 입장에서 보면 근로기준법 114조에 따른 법률상 불이익이다. 직원을 채용할 때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이를 직원에게 교부하지 않는 경우라면 500만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다음은 실무상 불이익이다. 해고나 임금 체불 같은 사유로 사업주와 직원 간에 다툼이 발생하거나 근로계약서 작성이나 교부 없이 근로해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면 이를 입증하지 못해 각종 불이익을 입을 수 있다. 이를 방지하는 차원에서라도 근로계약서 작성과 교부는 반드시 필요하다.
이제까지 근로계약서를 작성할 때 꼭 들어가야 할 사항과 체크 포인트를 알아봤다. 근로계약서는 회사와 근로자 간 업무 대우에 대한 정확한 약속이다. 그런데 대부분은 대충 훑어보고 다시 점검하거나 미심쩍은 부분에 대해 서로 정해놓지 않다가 나중에 불이익을 보는 경우가 많다. 근로자 뿐 아니라 사측도 관행대로 그냥 진행했다가 잘못된 계약서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선 마치 계약에 관해선 자세하게 살펴보지 않는 게 미덕이라고 생각하는 경향까지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자신의 노동력을 쓰기 위한 근로계약서는 제대로 작성하고 꼼꼼하게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박용호칼럼니스트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