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좀 뜸하지만 10여년 전에 IT기능 전체를 컨설팅 회사나 IT벤더에게 아웃소싱하는 열풍이 불었다. 지금도 대부분 재벌 기업들은 계열사로 IT전문 SM( System Management)회사를 갖고 있다. 재벌, 금융 등 대형 회사들은 거의 예외 없이 그룹 SI(시스템통합)·SM회사에 IT를 아웃소싱한다. 인사권자인 회장님이 그렇게 결정하고 지시하는데 계열사는 맞고 안 맞고를 떠나 그렇게 따를 수밖에 없다. 그룹사의 방침이다 보니 비용이 높다 낮다 따지지도 못한다. 그냥 따라갈 수밖에 없다.
IT를 아웃소싱하면서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은 IT가 핵심 역량이 아니라는 논리다. 그래서 IT는 IT를 잘 아는 회사에 맡기고 우리는 우리의 핵심역량, 예를 들어 금융이면 금융, 유통이면 유통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자는 얘기다. 모든 경영자원을 핵심에 집중해 경쟁력을 올리고 차별화하려고 하는데 IT가 거추장스럽다는 얘기다. 이게 말이 되나?
IT가 핵심업무가 아니고, IT인력 관리가 어렵다는 이유로 IT를 자체적으로 운영하지 않고 아웃소싱하는 것은 옳지 않다.
첫째, 누누이 얘기하지만 IT는 업무 프로세스의 대들보이자 생산성, 경쟁력, 차별화를 결정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이런 기능이 기업의 핵심 역량이 아니라면 뭐가 핵심역량인가?
둘째, IT를 아웃소싱했다고 해서 자체적으로 운영하던 것보다 더 잘한다는 보장이 없다. 아웃소싱 계약은 비교적 장기로 이뤄진다. 그 이유는 짧게 하면 투자 효율이 안 나오기 때문이다. 아웃소싱업체에 주는 비용을 동결하거나 약간씩 줄이는 방식으로 비용을 정당화한다. 자체적으로 IT를 운영하면 IT비용이 매년 5%씩 증가했는데 아웃소싱하면 매년 같거나 더 떨어지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아웃소싱이 경제적으로 유리하다고 한다. 얼핏 비용이 주는 것처럼 보여도 결과적으로는 줄지 않는다. 아웃소싱업체들이 그 비용에 맞는 인력을 새로 뽑아 운영할 뿐만 아니라 새로운 업무의 개발이나 계약 범위를 넓혀서 추가 비용으로 이익을 맞추기 때문이다.
셋째, IT를 아웃소싱했다가 다시 자체 전산실을 운영하려면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든다. 그렇기 때문에 다시 원위치하기가 힘들다. 대체 비용이 높기 때문에 아웃소싱 업체를 바꾸기도 어렵다. 그래서 한번 계약하고 나면 정말 잘해 주기를 바랄 뿐이다. 기도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말 신중해야 한다.
넷째, IT를 아웃소싱하고 나서 대개는 SLA(Service Level Agreement)를 갖고 서비스 수준을 평가하고 이에 따라 페널티나 인센티브를 준다. 이 서비스 레벨이 합리적이면서 도전적이어야 하는데 창과 방패 같아서 목표 잡기가 쉽지 않다. 회사가 KPI( Key Performance Index)를 잡을 때도 그렇듯이 목표를 낮게 잡아 쉽게 달성하려는 직원의 희망과 어렵더라도 목표를 높게 잡고 그 목표를 달성했으면 하는 회사의 바람이 항상 상존하고 있다. SLA도 마찬가지다.
모든 회사 업무를 외주 주지 말고 자체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은 물론 아니다. 그것 역시 미련한 짓이다. 아웃소싱을 잘하기 위한 준비를 갖춘 뒤 해야 한다.
첫째, IT 아웃소싱을 잘하기 위해서는 IT 업무에 정통한 사람이 내부에 있어야 한다. 내부조차 잘 모르기 때문에 아웃소싱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잘 아는 업무를 아웃소싱하면 앞서 얘기한 많은 문제점들에 대해 대비하고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만들 수 있다. 만약 IT업무를 잘 아는 사람이 내부에 없으면 답답해하면서도 끌려가는 것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 정보기획팀을 내부에 두는 때가 많은데 그 경우에도 형식적인 비용처리 부서가 아닌 강력한 소수의 IT 전문가그룹을 내부에 갖고 있어야 한다. 정보기획팀을 그룹 SI·SM 계열사와의 대화창구로만 활용해서는 안 된다. CIO나 정보기획팀장에게 아웃소싱의 범위, 인력의 이동과 배치, SLA평가, 비용 결정과 정산에 전권을 주면서 CEO가 뒤에서 지원해 줘야 한다. 그래야 아웃소싱이 제대로 효과를 볼 수 있다.
둘째, 회사 업무를 잘 아는 사람들에게 아웃소싱을 맡겨야 한다. 내부의 나이든 직원들이 아웃소싱 회사를 만들어 스핀오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IT는 업무를 지원해야 하는데 업무를 모르는 SM 직원들이 들어 와서 더듬거리면 현업 쪽에서도 피곤해진다. 그래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컨설팅회사를 쓰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실제로 실행되는 컨설팅 결과물은 많지 않다. 기업문화나 업무 프로세스의 히스토리를 모르면 문제점을 지적해 줄 수는 있어도 그 대책이 실행으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셋째, 아웃소싱업체 직원들의 이직률을 유심히 관찰해 볼 필요가 있다. 임금, 업무량, 근무시간 등에서 급여와 균형이 맞지 않으면 이직률이 높아지게 된다. 직원들의 역량 개발보다는 새로운 직원 채용에 더 많은 노력을 쓰게 되면 자연히 외주 직원들의 사기나 역량이 떨어지게 되고 이것은 SLA에 곧 바로 영향을 준다. 아웃소싱 비용을 낮추기 위해 낮은 인건비를 주면서 주로 단순 운영업무에 집중하기 때문에 외주직원들이 오래 못 버틴다.
알고 아웃소싱하는 것과 모르니까 하는 것의 차이는 크다. IT가 핵심 역량임을 알고 아웃소싱할 때와 골치 아프고 비용만 들어가니 전문가가 알아서 잘 해달라며 하는 아웃소싱은 천양지판이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