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강국의 꿈 ‘동북아 오일허브’]<중>동북아 오일허브의 요람 `OKYC`

전남 여수 망양로, 남해도 맞은편에 위치한 ‘오일허브코리아여수(OKYC)’. 기지 진입을 위해 언덕을 넘어서자 거대한 은빛 지붕이 덮인 저장탱크 수십 개가 눈에 들어온다. 41만평 부지에 저장탱크와 부두시설로 구성된 OKYC를 위쪽에서 내려다 본 느낌은 바닷가에 소규모 돔 구장을 여러 개 붙여놓은 듯하다.

오일허브코리아여수.
오일허브코리아여수.

OKYC는 지난해 3월부터 최대 지름 69.4m, 높이 24m 크기 탱크 36기를 상업운영 중이다. 총저장용량 130만㎘를 자랑한다. 여기에는 원유 350만배럴, 제품 470만배럴 등 총 820만배럴을 저장할 수 있다. 이는 우리나라가 4일가량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저장 유종은 원유, 중유, 경유, 휘발유, MTBE, 에탄올 등 6종이다.

OKYC에는 알루미늄돔루프타입 탱크 지붕이 국내 최초 도입됐다. 빗물이 탱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막고 폐수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이다. 햇빛 차단 효과도 있어 고온으로 인한 탱크내부 저장 기름 손실도 줄인다.

탱크와 부두를 잇는 각종 송유관도 22㎞나 구불구불 연결돼 있다. 시간당 최대 2만5000배럴까지 선적이 가능한 출하 펌프 4기 등 18기 출하 펌프도 기지 곳곳에 보인다. 해안 쪽에는 1180m 돌출식 부두가 위치하고 있다. 부두 시설은 최대 20만DWT(재화중량톤) 선박 등 선박 4척이 동시 접안할 수 있다. 설계상으로는 32만DWT까지 접안이 가능하다. OKYC 저장·부두시설 인근에는 한국석유공사 여수기지와 GS칼텍스 여수공장 부두도 위치해 있다.

OKYC는 가동률 81.5%를 기록하고 있다. 세계 석유시장 불황속에서도 높은 가동률을 보이는 것은 최근 중국계 회사와 시설 용량의 25%를 사용하는 계약을 체결한 것과 든든한 주주사 덕분이다. OKYC는 한국석유공사가 29% 지분으로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고 중국항공유(CAO)가 26% 지분율로 2대 주주다. GS칼텍스, SK에너지, 삼성물산, LG인터내셔날, 서울라인 등 5개 주주가 5~11%씩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박재익 OKYC 사장은 “총저장용량 중 주주사 물량만 60%에 달하고 이들 계약이 8년 장기여서 터미널 운영도 안정적”이라고 설명했다. 탱크 이용자는 7개 주주사 외에 세계 10위 이내에 드는 싱가포르 트레이더 등이 포함됐다.

그는 “오일허브 후발주자인 우리나라가 싱가포르와 같은 중계수출형 오일허브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물류기지가 완공되기 전부터 치밀하게 금융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일허브 특별법을 제정해 물류·금융활성화를 위한 석유산업 규제개혁, 세제, 해운, 금융 등 다방면에 걸친 문제해결과 육성지원 시책을 단시일 내에 효율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사장은 “정부가 각종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지만, 이를 서둘러 울산 오일허브가 완공되기 전에 기반 여건을 마련하고 기존 탱크터미널을 중심으로 사업이 먼저 활성화된다면 차후 오일허브 완공시 보다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OKYC는 현재 주수입원이 각국 업체의 석유 물량을 보관해 주고받는 수수료인 만큼 석유제품 물류창고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향후 울산과 여수를 잇는 오일허브가 완성돼 국제 석유 트레이딩 업체가 대거 국내로 들어오면 동북아 지역 원유·석유제품 거래 거점으로 발전해 나갈 것이다.

여수(전남)=

함봉균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