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빠른 경제 성장을 발판으로 정보기술(IT) 강국 자리에 올랐다. 그러나 샴페인을 너무 빨리 터뜨리는 자만에 빠지고 말았다. 눈부신 발전에 발전을 거듭했지만 기술적·역사적 실수를 반복하는 행태가 끊이지 않는다.
MP3라는 걸작을 개발했지만, 정작 꽃을 피운 것은 미국 애플이었다. ‘애플 아이팟의 원조는 우리나라야!’라고 이야기해봐야 공염불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더 이상 IT강국이 아니다’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IT강국은 자생적 토대와 다양성이라는 소스코드가 필요하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몇몇 대기업만 독점하고 있는 IT 인프라 상실의 시대를 맞았다. 무너진 생태계에 덩그러니 홀로 놓여진 상태다.
사물통신(IoT)과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에서도 실수를 반복하고 있다. 기기간통신(M2M), 사물통신(IoT) 개념이 나온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는 IT 기반 기술을 갖고 충분히 세계 시장을 제패할 시간이 있었다. 그러나 법적·제도적 한계 탓에 미국·유럽 등 선진국에 밀리고 말았다.
u(유비쿼터스)헬스케어가 웨어러블 헬스케어로 발전하면 그 수요는 예측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만보계가 액티비티트래커로 발전하면서 스마트폰 최대의 헬스 애플리케이션이 됐다. 병원에서 사용하는 체지방계가 가정에서 언제든지 스마트폰과 연동이 되는 기기로 탈바꿈한다. 너무나 많은 헬스케어 기기들이 스마트폰, 태블릿PC, 웹과 연동되고 있다. 패치 형태의 통증 완화기나 상시 약물전달 시스템도 진화 중이다.
우리가 웨어러블 등 차세대 기기 시장을 선점하려면 과도기적 제품에 집중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진 반도체 센서를 활용한 이식형 임플란터블 디바이스에 집중해야 한다. 임플란터블 혈당 측정장치, 임플란터블 혈압계, 임플란터블 페이스메이커, 임플란터블 신경자극기, 임플란터블 망막, 임플란터블 ECG, 임플란터블 달팽이관 등이 좋은 예다.
이미 십수년 전부터 지멘스·GE 같은 대기업들이 한계 사업을 정리하고 헬스케어 사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 기술 다양성을 위해 대학과 중소기업에 정당한 기술료를 지불하며 자생적 토대를 마련했다.
지난 2008년 미국 중소기업으로 테크크런치50에 포함된 스타트업 기업 핏비트(Fibit)는 만보기에 칼로리 소모, 수면추적을 추가해 액티비티트래커를 선보였다. 현재 시장점유율은 50%에 육박하고 있다. 2009년 설립된 위딩스, CES 2011에 스마트헬스케어 제품을 알린 조본업, 2012년에 크라우드펀딩 인디고고를 통해 설립된 미스핏 샤인 등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우리나라에는 u헬스케어와 사물통신, 스마트 헬스케어를 기반으로 하는 기업이 굉장히 드물다. 세상은 초고속으로 변하는데 기업은 여전히 변화의 흐름에 뒤처져 있다. 기업의 발목을 잡는 게 바로 전근대적인 규제들이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규제를 완화하고, 적극적으로 스마트 헬스케어 산업을 육성해야 한다. 또 경쟁력 있는 중소기업을 키워 다양성을 확보하고 장기적으로 산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과감하게 중소·벤처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 모두에게 이롭다는 것을 입증해야 한다. 정부뿐 아니라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등 모든 주체들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를 준비해야 하는 지금, 우리나라는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게 아니다. 지금 우리 발등에 불이 타고 있다. 조속히 자생적 생태계를 만들어 진정한 IT 강국으로 거듭나기 위한 발판을 마련할 때다.
이상대 아이엠헬스케어 대표 eric.sdd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