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내 엔저현상 시각차 커져... 정책 갈등 생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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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에서 엔저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온도차가 생기고 있다. 일본은행은 양적완화 정책을 고수하고 있는데 반해 정치권과 산업계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아베노믹스의 상징으로 불리는 ‘엔저’ 정책기조가 유지될 지 주목된다.

지난 1년간 달러 당 엔화 환율 변동 그래프
 (자료: 블룸버그)
지난 1년간 달러 당 엔화 환율 변동 그래프 (자료: 블룸버그)

일본은행은 최근 작년 4월부터 시행한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엔저현상이 경기에 플러스 요인이란 판단이다. 일본 엔화는 올 2월부터 반년 간 달러당 101~103엔 수준에 머물다 지난 8월 중순부터 한달 반 만에 8엔 가까이 더 떨어져 달러당 110엔 수준이다.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하겠다고 밝히고 일본 경기 기조에 대해 “완만하게 회복하고 있다”며 “(엔화 약세는) 경기에 오히려 플러스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은행은 자금 공급량인 본원통화(Monetary base)를 연간 60~70조엔 증가시켜 양적, 질적 금융완화를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일본 내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감이 있지만 지난 4월 소비세율 인상과 계절적 영향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본 것이다. 구로다 총재는 추가 완화에 대해서도 “필요하다면 당연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본 정치권과 산업계에서는 과도한 엔화 약세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일본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엔화 약세의 영향에 대해서 “가계 및 중소 사업자들에게서 단점이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산업계는 수출 부분에서 엔저가 호재로 작용하고 있지만 수입 부분에서는 엔저 역풍을 맞고 있다. 올 6월 이후 수입 원재료 가격 급등으로 도산하는 기업만 매달 20개 이상 나오는 상황이다. 지난달에는 도산한 기업수가 전년 동기 대비 두 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이외에도 운송업 등도 직격탄을 맞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엔화 약세를 용인하는 입장이던 일본 재계단체 경단련도 급속한 엔화 약세에 우려를 표명하기 시작했다. 사카키바라 사다유키 경단련 회장은 “지난 한달이란 기간 동안 변동이 컸다”며 “더 이상의 엔저는 일본 전체를 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행은 경기 전망에 대해 기업과 가계 부문은 소득에서 지출로 이어지는 긍정적인 순환이 유지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해 기존 견해를 유지했다. 물가 역시 기존과 마찬가지로 내년 2% 물가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전망했다.

김창욱기자 monocl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