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디스플레이 장비·소재업체들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 진출에 애를 먹고 있다.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과 독점 공급 계약 등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해외 시장 진출이 자유로운 업체들까지도 엔화 약세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디스플레이 후방산업 업체들의 수출에 비상이 걸렸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업체의 국내 디스플레이 시장 진입은 거침없는 데 비해 국내 장비·소재업체들은 중국 시장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외산에 외존해 왔던 소재·부품·장비 국산화에 적극 나서왔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시장에서는 초기부터 국산 제품과 공급 체계를 이원화하거나 전량 국산화하는 등 총력을 기울여 왔다.
삼성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과거 LCD와 같은 과오를 범하지 않기 위해 전사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소재 국산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현재 OLED 패널에 사용되는 주요 발광 소재를 50% 이상 국산화했고 계속해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이들 업체에 장비·소재를 독점 공급하고 있는 국내 중소·중견 업체들이 굶주리고 있다. 수년간의 공동 개발로 대기업에 독점 공급하는 기회를 얻었지만, 위기도 함께 떠안았다. 현재 디스플레이 업계에선 유일하게 중국만 대규모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업체와의 독점 공급권이 중국 시장 진출에 발목을 잡고 있다.
한 장비업체 사장은 “중국에서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지다 보니 많은 업체들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중국 시장에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하지만 국내 고객사와 독점적 공급 계약으로 인해 적극 나서지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 소재업체 관계자는 “5년간 독점 공급 계약을 맺은 상황이라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에서 샘플 문의가 들어와도 눈치가 보여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계약이 만기되는 시점엔 중국의 투자도 시들해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고 털어놨다.
독자 기술을 보유한 업체들은 그나마 중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하다. 하지만 이들에겐 엔화 약세가 심각한 장애 요인으로 떠올랐다. 최근 한두달 사이 엔저 현상이 더욱 심화되면서 가격 경쟁력을 완전히 상실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업체들이 설비 투자 시 국내 업체를 선정하는 비율은 30%도 채 되지 않는 실정에다 엔저 현상의 장기화로 부담이 상당히 높아졌다”며 “지금 국내 협력사들에겐 중국 시장이 말 그대로 ‘그림의 떡’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성현희기자 sungh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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