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선 REC 현물 시장..제도 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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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생공급인증서(REC) 현물시장이 제기능을 못하면서 신재생의무할당제(RPS) 운영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RPS 대상 발전사는 REC 현물 구입에 나서지 않고 신재생발전사업자의 경영난은 가중되는 악순환이 이어져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올해 들어 REC 매매 체결률과 평균가격은 급락했다. 태양광 REC 체결률은 올해 4월 2.4%를 시작으로 6월 제외하면 단 한번도 10%를 넘어서지 못했다. 태양광 REC 100개가 매물로 나오면 10개도 채 구매하지 않는 셈이다. 비태양광도 올해 들어 단 차례도 50%를 넘어서지 못했다. 지난해 태양광, 비태양광 REC 체결률이 평균 70%, 98% 수준을 오간 것을 감안하면 올해 현물거래 실적이 극히 저조하다. REC가격도 떨어졌다. 지난해 연말 20만원대에 거래된 태양광, 비태양광 REC 평균 체결가격은 지난달 각각 9만8000원, 8만6000원으로 떨어졌다. REC 판매량에 비해 구매량이 극히 적다보니 대다수 신재생발전사업자도 현물시장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태양광 발전사업자는 “중소 신재생발전 사업자가 현물시장에서 REC를 판매해 수익을 확보하는 구조이지만 거래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올해 발전사가 일정 가격 이하로는 REC구입을 자제해 중소형 발전사업자 간 저가 입찰 경쟁만 극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REC 현물거래가 줄었다는 것은 발전사가 REC 현물 구매에 나서지 않고 신재생 발전사업자는 수익을 올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RPS는 13개 발전사가 연간 일정량 전력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는 제도다. 발전사는 직접 신재생에너지로 전력을 생산하거나 현물시장에서 신재생발전사업자가 판매하는 REC를 매입해 RPS에 대응한다. 정부는 현물시장을 통해 민간 신재생발전사업의 활성을 꾀하고 발전사의 RPS 대응 부담을 덜어준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올해 시장은 전혀 기능을 못하고 있다. 가장 큰 원인은 발전사가 REC를 현물거래로 확보할 필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RPS에 개입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지만 비상시 정부 보유 REC를 판매한다. REC 거래가격이 변동폭이 심하거나 발전사 RPS 이행 실적이 저조해 과징금 규모가 커질 우려가 있을 때 과거 FIT 제도 운영 당시 사들였던 REC 물량을 투입한다. 발전사가 매년 RPS 의무량을 채우지 못하면서 현물시장 REC보다 가격이 싼 정부 보유 REC는 발전사의 RPS 대응에 있어 주요 수단이 된 상태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발전사가 현물시장에서 구입한 REC 총량에 비례해 정부 보유 REC를 할당했다. 올해부터 현물 구매량과 상관없이 정부 보유 REC를 할당하기로 하면서 발전사의 현물시장 참여도는 크게 떨어졌다.

올해 발전사 RPS 미이행 과징금을 산정하는 기준가격이 하락한 것도 주된 이유다. REC 기준가격은 지난해 5만원대에서 올해 3만원으로 낮아졌다. 발전사 측 계산에 따르면 비태양광 현물 REC가격이 10만원을 넘어가면 과징금을 부과 받는 것이 비용 부담이 덜하다. 실제로 올해 현물시장에서 REC 평균 체결가격은 10만원을 넘어선 적이 없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REC 판매로 수익을 올려야 하는 중소 신재생발전사업자는 경영난을 겪거나 신규 사업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신재생업계 관계자는 “발전사가 신재생발전소 건설로 REC를 확보하거나 시장에서 구매하는 메커니즘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발전사 의무량에 비해 현물시장 규모가 작고 굳이 현물 REC를 구매할 필요성마저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호기자 snoop@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