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셧다운제’를 강제적 사전규제가 아니라 친권자 동의 하에 접속할 수 있는 자율규제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과도한 규제가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9일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은 ‘글로벌 경쟁력 취약산업 규제개혁 연구-방송·통신·소프트웨어 분야’ 보고서를 통해 해당 산업 규제개혁 과제 33건을 제시했다. 한경연은 우리나라에서 이들 산업 성장이 더딘 공통적 이유는 기술발전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낡은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선 방송콘텐츠산업은 지난해 2억1699만달러의 수출을 달성하는 등 무역수지에서 7년 연속 흑자를 기록한 대표적 수출 효자산업이다. 보고서는 이처럼 수출비중이 큰 산업인 데도 해당 분야의 규제는 여전히 국내 시장만 고려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표적 예로 국내 제작 애니메이션(영화도 유사한 규제 적용) 편성 규제를 들었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방송사업자들이 국내제작 프로그램을 의무적으로 편성(방영)해야 하는데, 국산 애니메이션 창작을 활성화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반대로 질적 저하만 초래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승영 선임연구원은 “별도 투자재원이나 지원이 없는 관계로 방송사들이 연간 편성총량에만 관심을 두다 보니 그 때 그 때 편성비율만 맞추면서 규제에 적응한다”며 “사업자들이 신규 제작보다는 기존 애니메이션 재활용을 선호하게 됐다”고 말했다.
청소년이 주요 고객인 게임 셧다운제의 경우 해외에 서버를 둔 게임업체는 규제대상에서 제외되고, 우리나라에 서버를 둔 업체만 규제하고 있다. 오히려 기업들의 해외이탈만 부추기고 있다고 우려했다.
반면에 미국, 중국 등 경쟁국가에서는 인터넷 게임 과몰입 현상에 대해서 자율규제 방식으로 문제를 풀어가고 있다. 이들 국가는 게임산업 플랫폼·인터넷포탈 산업 등 전후방 산업의 활성화까지 유도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각종 육성정책을 내놓고 있다.
한경연은 현행 셧다운제를 폐지해 친권자 동의 하에 접속을 허용하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전환하는 게 옳다고 제언했다.
방송광고심의규정 제43조에 따르면 젖병, 젖꼭지제품 등은 방송광고를 할 수 없는 품목에 해당한다.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해외 선진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규제로 한경연은 황당 규제의 대표사례로 꼽았다. 한경연은 정부가 모유수유 권장이라는 세계보건기구(WHO) 권고를 존중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규제가 과도하기 때문에 관련 규제는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경연은 이밖에 공공 시스템통합(SI) 사업에 대한 대기업 참여규제 완화,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개인정보보호 규제 개선, 1년 단위 방송평가제도(내용·편성·운영 항목 평가) 개선 등도 산업 활성화를 위해 제고가 필요한 분야로 꼽았다.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