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화학상, `나노 현미경` 개발한 미·독 과학자에

올해 노벨화학상은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개발에 기여한 미국 과학자 두 명과 독일 과학자 한 명이 차지했다.

이들은 현미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단위를 나노미터(㎚) 단위까지 낮춘 공로를 인정받았다.

에릭 베칙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박사
에릭 베칙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박사

스웨덴 왕립과학원 노벨위원회는 에릭 베칙 미국 하워드휴즈의학연구소 박사, 윌리엄 모이너 스탠퍼드대 교수, 스테판 헬 독일 막스플랑크 생물물리화학연구소 박사를 올해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

노벨위원회는 “기존 광학 현미경으로 볼 수 없었던 나노미터 세계를 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고 선정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 연구에 기반한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을 이용하면 상온에서 살아 있는 세포 활동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단일 분자(single molecule) 단위까지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존에는 이 정도 크기 물체를 볼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극저온에서 관찰해야 해 정지 영상 밖에 얻지 못했다.

베칙 박사와 모이너 교수는 분자 하나하나의 형광을 켜고 끄는 원리를 이용한 ‘팜 현미경’ 방식으로 이 같은 기능을 구현했다. 여러 개 분자를 손바닥처럼 펼쳐놓은 뒤 분자별로 점멸하는 형광을 지켜보면 분자 단위 관찰이 가능하다.

헬 박사는 유도방출억제(STED) 현미경 방식을 사용했다. 관찰할 물질에 두 가지 레이저를 쏴 하나로는 형광 분자를 빛나게 하고, 다른 레이저로는 퍼져 나가는 형광을 고정하는 원리다. 도넛 모양으로 레이저 테두리를 만드는 방식인데 구멍의 크기를 작게 만들어 미세한 관찰을 가능하게 했다.

노벨위원회는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는 나노스코피 기술은 인류에게 혜택을 주는 지식을 날마다 생산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수상 가능성이 거론됐던 유룡 기초과학연구원(IBS)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 연구단장은 수상자로 선정되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송준영기자 songjy@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