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 극한기계연구본부 박성제 책임연구원은 국내 몇 안 되는 ‘국보급’ 극저온 냉동기 전문가다.
초전도 냉각시스템은 한전이나 전력연구원 등 일부에서 진행하고 있지만, 극저온 냉동 연구를 하는 곳은 국내에서 기계연과 KAIST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
적외선 센서 냉각 수준은 세계적인 방산업체인 프랑스 탈레스나 이스라엘 리코 등과 대등한 수준이다.
박 책임은 지난 1991년 처음 극한기술 연구개발을 시작해 현재까지 24년간 극저온 분야 한 길만 걸어왔다.
“1988년 당시 과기처가 국책연구개발사업단인 ‘극한기술국책연구개발사업단’을 꾸리고 초고온, 극저온, 고진공, 초고압, 초청정 등 5개 분야 연구개발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다른 과제는 다 없어졌지만, 극저온은 지금도 살아 있습니다.”
1990년대 중반 3~4년 간 과제가 없어 기관 자체 사업으로 버틴 적도 있습니다만 결국 끝까지 살아남은 분야가 바로 극저온이라는 것이 박 책임의 얘기다.
박 책임이 개발한 열상장비용 극저온 냉동기는 군 사용 적합판정을 받아 전차나 주야관측 장비 등에 사용되고 있다.
이외에 세계최고 수준의 적외선 센서 냉각용 극저온 냉동기를 개발해 총 1195대를 국내에 공급했다.
급속 재생형 저진동 크라이오펌프는 우성진공과 공동 개발해 상용화를 진행하고 있다. 또 초소형 열병합 발전용 1㎾급 스털링엔진 개발도 최근 마무리했다.
현재는 도시와 도시 간 장거리 운용이 가능한 초전도케이블용 4㎾ 용량의 극저온 냉동기 개발을 시작했다. 전력손실없이 데이터를 전송하기 위해서는 〃196℃ 이하를 유지해야하는데, 이때 박 책임의 극저온 냉동기 기술이 요긴하게 활용된다. 이 케이블은 구리선보다 두께도 대폭 줄일 수 있어 경제적이다.
박 책임은 연구하며 힘들었지만 보람이 컸던 얘기도 털어놨다. 연구결과를 위해 72시간 잠을 못자며 실험을 반복했던 기억과 적외선 센서 냉각 극저온 냉동기의 효율이 안 나와 새벽퇴근을 밥 먹듯 했던 고생담이 되레 노하우를 쌓는데 도움이 됐다는 것이다.
“연구소 중점과제 위주로 그동안 연구를 진행해 온 분야가 극저온 냉동기입니다. 작고 좁은 분야지만, 원천 기술력만큼은 내로라하는 수준에 올라 있기에 꾸준한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부산대 기계공학과에서 학, 석, 박사학위를 모두 딴 박 책임은 토종 과학기술자다. 세계시장 진출의 야망을 다지며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