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이후 지금까지의 짧은 기간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력을 갖게 된 우리나라 발전상은 자랑거리이자 개발도상국들이 부러워하는 모델이다.
한국의 경제를 지탱하는 대표기업들은 해외 경쟁자들과의 치열한 싸움을 이겨내고 다음 10년을 살아남기 위해 혁신적인 제품개발에 혼신의 힘을 다하고 있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준비를 기존의 기업들에게만 의존할 수는 없다.
지금은 자원부국들조차 자원을 아끼고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노력하는 시대다. 우리도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해야 할 때이다.
흔히 우리가 가지고 있는 귀중한 자원으로 사람을 꼽는다. 그러나 우리 교육기관들은 젊은이들을 유용한 인재로 키우는데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수준 높은 훈련을 받고 오랜 기간 현장에서 일해 온 고경력 과학자나 기술자들도 통상 60세를 전후해 일선에서 물러나는 것을 고려하면 귀중한 인적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반면 정부지원이나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어 소규모 자본으로 창업하는 벤처기업들 중 상당수는 경험 많은 전문가들의 도움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다. 지금도 벤처 또는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테크노닥터나 창업지원센터 입주기업들을 위한 다양한 지원프로그램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들은 종종 전문가의 전문분야와 지원을 받는 기업의 활동분야가 적절히 매치되지 않거나 지원기간이 지나치게 짧아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전문분야에서 활동하던 또는 활동하고 있는 과학자들로 구성된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한 가지 방안이 될 수 있다.
지금은 프로그램에 참여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과학자가 매치를 원하는 상대방을 개별적으로 탐색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고 있다. 이 방식의 문제점은 접촉대상의 수가 제한되기 때문에 꼭 필요한 상대를 찾을 확률이 낮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장경험이 풍부한 다양한 전공의 과학자들을 다수 확보하고 있는 과학기술인 협동조합과 복수의 벤처기업들이 접촉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면, 과학기술인 협동조합은 특정기업을 지원하기에 가장 적절한 전문가를 선정하거나, 적임자가 없으면 관련분야에서 활동한 오랜 경험과 인맥을 활용해 비회원이라도 기업에 도움이 되는 인력을 추천하는 것이 가능하다.
벤처기업은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는 기회와 능력이 많지 않기 때문에 때로는 간단한 문제를 자체 해결하지 못하고 시간과 자원을 낭비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우가 전문가의 조언을 필요로 하는 케이스다. 물론 전문가도 해당기업이 당면한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이해하고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사람이어야 한다.
훌륭한 능력을 갖춘 전문가라 하더라도 자신을 필요로 하는 기업을 만나지 못하면 그 능력은 빛을 발하기 어렵다.
고경력 과학자들을 활용해 벤처기업을 효율적으로 돕기 위해서는 현재 운영되는 지원프로그램들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 정부가 설립을 장려하는 과학기술인 협동조합과 같은 단체들과 벤처기업들이 서로 만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문제해결에 도움이 되는 적절한 파트너를 선택할 수 있는 기존의 매칭제도들을 확대 및 활성화시키는 것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정부가 재정을 투자해 지원하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과학자와 기업들이 실질적인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상대방을 물색할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돕는 것도 프로그램의 성공에 핵심적인 요인이 될 것이다.
최인성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명예연구위원 ischoe54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