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금융 퍼스트무버]<17>신재룡 한국거래소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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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만2000여개.’ 코스피·코스닥·코넥스와 파생상품·채권 시장에서 실시간 거래되는 종목 수다. 단 한 종목, 숫자 하나라도 잘못되면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빚는다. 0.1초의 오류도 허락하지 않아야 하는 거래소 IT 담당 임원이 밤낮 크게 뜬 눈으로 자리를 지키는 이유다.

[스마트금융 퍼스트무버]<17>신재룡 한국거래소 상무

한국거래소(KRX) 최고정보책임자(CIO)인 신재룡 경영지원본부 상무의 일과도 살얼음판을 걷는 긴장의 연속이다. 1990년 거래소에 입사한 이후 IT 외길을 걸어온 신 상무는 “개장 시간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스템을 24시간 쉴 틈 없이 가동해야한다”면서 “400여개 기관과 연결된 3000여대 장비 중 단 하나라도 오류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초 단위로 피를 말리는 각개전투가 이어진다”고 묘사했다.

투자자가 잠 든 한밤 중에도 거래소 시스템은 전일 주문·체결된 데이터를 보관·처리하고 다음날 주문을 이상 없이 받을 수 있도록 밤새 재정비 작업을 한다.

새벽출근과 야간당직은 물론이고 3개월마다 100여명의 IT임직원과 20여개 증권사가 참여해 재해복구(DR) 훈련도 한다. 토요일에도 시스템 중단 상황을 가정하고 짧게는 2시간 내에 모든 시스템을 복구할 수 있는 실전연습을 펼친다.

이렇게 흘린 땀방울의 결과인지 한국거래소의 ‘장애’ 빈도는 해외 거래소 대비 현격히 낮다.

신 상무는 “2005년 이후 미국·영국·일본·호주·독일 등지 14개 해외 거래소의 정규시장 전체 중단 장애는 32건, 정규시장의 종목 중단이 10건에 달한 반면 KRX는 이 기간 한 건의 정규시장·종목 중단도 없었다”고 말했다.

체결지연 등 상대적으로 시장 피해가 덜한 유형은 5건 있었지만 안정성 측면에서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해외에서는 시장 자체가 중단된 채, 당일 문을 닫는 경우까지 더러 있다. 해외 거래소 관계자들이 KRX를 벤치마크하는 핵심 이유다.

신기술 도입에도 적극적이다. KRX가 지난 3월 가동한 매매 체결 시스템 ‘엑스추어플러스(EXTURE+)’는 ‘리눅스’ 기반으로 설계됐다. 신 상무는 “보통 공공기관이 보수적이어서 최신 기술을 늦게 사용하는 경향이 있지만 KRX는 핵심 시스템에서 은행·증권사조차 도입 단계인 리눅스 기술을 과감히 시장에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PC 운용체계 중 하나인 리눅스는 개방적 소프트웨어와 오픈소스의 대표 격이다. 신 상무는 “3월 이후 큰 사고 없이 운영되면서 금융사와 금융당국의 우려를 불식시켰다”고 자부했다.

리눅스의 강점인 ‘유연성’은 제도변경이 잦은 최근 큰 힘을 발휘하고 있다. 지난달 1일 KRX는 시간외단일가매매 호가범위 확대, 매매체결주기 단축, 실시간 가격제한과 종목별 변동성완화장치(VI) 등 대대적 시장제도 개혁을 시스템에 적용했다. 이런 큰 폭의 변화를 수용할 수 있었던 것도 리눅스 시스템 확장성과 운영 기술 덕에 가능했다. 신 상무는 “가볍고 빠르면서 비용 효율적인 리눅스 플랫폼으로 ‘다운사이징’ 했던 것이 각종 제도변경과 새 상품 상장, 시스템 증설에 빠르게 대응하는 골격을 만들어줬다”고 말했다.

시장감시시스템에 ‘빅데이터 분석체계’를 도입하고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를 발굴하는 등의 신기술 도입 노력도 잇고 있다. 신 상무는 “인터넷망과 업무 망을 물리적으로 나누는 망분리 프로젝트로 보안을 강화 중”이라며 “시스템 안정성을 높이고 장애를 예방하기 위한 시스템 개선을 끊임없이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표] 한국거래소의 전산화와 엑스추어시스템 가동 연도

[스마트금융 퍼스트무버]<17>신재룡 한국거래소 상무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