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업은 TV뿐만 아니라 세탁기·냉장고 등 가전제품 시장에서 높은 글로벌 점유율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이들 제품의 설치와 관련해서는 후진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은 주마다 규정이 다르긴 하지만 대체로 우리나라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댄다. 메릴랜드 주는 가전제품 설치, 수리, 유지·보수 업종 종사자는 주정부 등록을 의무화한다. 등록업무는 소비자보호국(Office of Consumer Protection)에서 담당한다. 설치 업체는 매년 등록증을 발급받아야 하며 보유 설치 인력에 따라 수수료를 달리 한다. 미리 등록하지 않은 개인 또는 회사가 가전제품을 설치하다가 적발됐을 때 벌금을 부과한다.
미국에서는 대학에서도 가전제품 설치와 수리를 전문으로 교육하는 과정이 개설될 정도로 하나의 직업군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캘리포니아, 워싱턴, 켄터기의 수개 대학에 준학사 학위를 부여하며 가전제품 설치 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캐나다도 마찬가지다. 에어컨, 냉장고, TV, 세탁기 등 가전제품뿐만 아니라 컴퓨터 수리, 설치 등 애프터서비스(AS)업을 하려면 자격증을 취득하도록 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서는 전기기사, 냉동·공조기사 등 설치 전문가에 법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 또 가전제품 설치 후 사고 발생 시 문제 해결을 위해 보험제도를 철저히 적용하고 있다. 네덜란드, 벨기에 등은 설치 관련 정보를 설치 업체가 의무적으로 보관하도록 규제를 두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전제품 설치업 등에 대한 이렇다 할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소비자 피해 신고 등에만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 적용을 받는다. 이 기준은 올해 일부 개정되며 기준이 강화되기는 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종전 기준은 ‘사업자가 설치하자로 인해 제품하자가 1년 내에 발생 시 설치비 환불 및 하자 발생한 제품에 대해 손해 배상’이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올해 기준이 개정되며 설치하자로 인한 보상 범위가 재산상 및 신체상 피해로 확대됐고 보상기준도 손해배상으로 강화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영세하고 관리가 안 되는 곳이 설치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런 제도 자체가 의미가 없다”며 등록제 등을 시급히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