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D프린터 성능 평가 방안을 추진한다. 고장이 잦은 3D프린터가 시장에서 유통되는 것을 차단해 3D프린팅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서다.
12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미래창조과학부는 오는 11월 발표 예정인 3D프린팅 기술발전 로드맵에 3D프린터의 장비 및 소재에 대한 평가체계 내용을 포함할 계획이다. 정부 관계자는 “소비자가 믿고 3D프린터를 사용해야 하는데 아직 시장 초창기여서 그런 수준에 도달하지 않은 제품도 유통되고 있다”며 “자칫 3D프린팅 산업 자체가 싹도 트지 못한 채 흔들릴 수 있어 평가를 추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평가 체계는 초기 민간 기준으로 제정하고 필요 시 법제화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민간 기준의 경우 협회 등에서 평가와 함께 성능을 제시하도록 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추진된다. 평가 대상은 ‘연속 사용시 안정적 작동 여부’를 포함해 재료(소재) 출력의 속도, 출력(조형)물의 정밀도와 강도, 유해물질 발생 정도 등을 포함한다. 시중에 나와 있는 3D프린터 가운데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과열로 인해 ‘에러’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 예컨대 4~5시간 동안은 잘 작동하는데 그 이후에도 작동을 요할 경우 문제가 나타나는 경우다.
정부 주도의 평가체계 마련에 대해 업계 반응은 우호적이다. 성능이 떨어지는 3D프린터가 시장을 혼탁하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진수 하이비젼시스템 이사는 “3D프린터는 수시간 동안 고속으로 움직여야하기 때문에 상당한 기술적 수준을 요구한다”며 “열의 제어 등 고장 확률을 최소화한 제품이 인정받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고 정부정책에 공감을 나타냈다.
정부는 평가체계 정립에 앞서 해외 기준 등을 파악해 국내뿐만 아니라 수출 시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내년도 사업 예산이 충분치 않아 당장 어느 정도까지 정책이 나올지는 미지수다. 산업부 내년도 3D프린팅 관련 연구개발(R&D) 예산은 당초 50억원까지 거론됐지만 최종 10억원으로 축소돼 국회로 넘어간 상태다. 국회 예산 통과 과정에서 증액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평가체계를 만드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 산하기관 관계자는 “10억원 R&D 예산으로 2~3개의 장비(3D프린터)와 이에 연계된 소재 개발에 투입돼야 한다”며 “평가체계를 만들 수 있는 예산이 어느 정도 있을지 모르겠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정부는 지난 4월 범부처 공동의 3D프린팅 발전전략을 발표하는 등 창조경제 핵심 산업의 하나로 3D프린팅을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정작 내년도 예산은 부처 간 협의 과정에서 크게 축소됐다. 3D프린팅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사업의 축소는 이해하지만 신규사업까지 축소하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정부의 3D프린팅 육성 의지에 물음표를 던졌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