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ITU회의와 창조경제 글로벌 네트워크

[월요논단]ITU회의와 창조경제 글로벌 네트워크

전세계 193개국 ICT 장관과 정부 대표 3000여명이 참여해 4년마다 개최하는 ‘ICT 올림픽’인 부산 ITU 전권회의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ICT분야 주요 현안과 장기 발전전략이 모두 논의되는 무대인 만큼 무게가 막중하다. 우리나라가 의장국이므로 우리 중심의 시각에서 좀 떨어져 지구촌 전체 시각으로 널리 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2013-2014 유엔새천년개발목표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모든 지역에서 인터넷 활용은 계속 증가하지만 지역간 격차는 여전히 크다. 선진국은 인터넷 사용자 비율이 77%지만, 개발도상국은 31%에 불과하다. 모바일 광대역인터넷도 우리나라는 유아와 고령층 인구를 제외한 사실상 전국민이 사용하지만, 개도국은 평균 20% 수준에 불과하다.

우리나라 국민은 언제 어디서나 아무런 불편없이 스마트 사회의 편리함을 누리고 있어 이러한 실상을 전혀 실감하지 못할 것이다. 또 글로벌 정보(디지털) 격차 문제가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진국은 단순히 잘 산다고 되는 게 아니다. 국제사회가 요구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준수하고 앞장서야만 진정한 선진국으로 대접받는다. 그래서 주요국가들은 공적개발원조(ODA)를 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개발원조위원회(DAC)를 별도로 운영한다.

우리나라가 2009년 가입한 OECD DAC(개발원조위원회)는 회원국이 24개로 흔히 선진국 지표로 간주되지만, 자부심을 갖기에는 갈길이 멀다. 우리나라 무상원조 규모는 DAC에 유엔이 권고하는 국민총생산(GNP) 대비 원조비율(0.7%)에 훨씬 못 미치는 0.15%에 불과하다. 24개국 평균(0.29%)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대한민국이 대외원조에 각별히 신경써야 하는 이유는 국제사회에 진 빚 때문이다. 우리는 한국전쟁 당시 63개 나라(병력 16개국, 물자 39개국, 의료 5개국)의 지원을 받았고, 전쟁 후에는 무상원조를 받아 경제발전을 이룩했다. 게다가 전쟁의 폐허를 딛고 원조국에서 공여국으로 바뀐 유일한 나라다. 그래서 국제사회에 대한 우리의 책임이 더 막중하다.

그러나 예산 형편상 원조 규모를 마구 늘리기 어렵기에 우리의 특기를 살린 ‘스마트 전략’이 절실하다.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해마다 30여개국에 ‘월드 프렌즈 IT 봉사단’을 파견하고, 개발도상국에 정보접근센터(IAC)를 운영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전략의 일환이다.

한국 정부가 첨단 IT인프라로 37개국 39개소를 구축한 IAC는 IT ODA의 대표상품이라 할 수 있다. 이는 개도국 정보화 인재 양성에 기여함은 물론, 친한(親韓) 네트워크 형성과 국격 제고를 통한 우리 기업의 글로벌 진출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

특히 전권회의 기간에 29개국 IAC 책임자들이 모이는 ‘글로벌 IAC 네트워크 창립총회’를 개최함으로써, ITU 어젠다에 대한 간접 지원은 물론 대한민국 주도의 IT이슈에 공동대응 할 수 있는 협력 네트워크를 다진다. 이 모임은 향후 정례화된 협력 플랫폼을 형성해 글로벌 정보화 환경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고, 한국 주도의 ICT 관련 법·제도가 국제표준으로 자리 잡도록 노력할 것이다.

오는 21일 미래부와 콜롬비아 정보통신기술부 장관은 대표회담을 갖고 한-콜롬비아 IT협력센터 개소에 서명을 한다. 향후 3년간 양국에서 100만 달러 규모를 지원해 콜롬비아의 선도적 정보화 프로젝트를 추진한다.

이처럼 초청연수와 컨설팅 등을 통해 배출한 친한 글로벌 정보화 협력 채널이 126개국 4000여명에 달한다. 우리나라 ICT 산업 해외진출을 위한 전략국가의 장차관급 고위 정책결정자 및 정책수립 실무자들이 주요 대상이다.

창조경제의 성숙과 발전을 위해선 친한 글로벌 네트워크가 필수적이다. 창조경제는 안과 밖을 동시에 가동해야 그 가치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이번 ITU전권회의는 이를 위한 절호의 기회다. ICT 글로벌 네트워크의 확산과 결속을 통해 이번 전권회의가 창조경제 도약의 풍요로운 결실을 거두길 기대한다.

장광수 한국정보화진흥원장 cksoo636@ni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