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톡 검열 논란이 이제 국민적 관심사가 됐다. 13일 열린 미방위 및 안행위 국정감사장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됐다. 그동안 베일에 가려진 국가기관 감청 실태가 속속 드러났다. 2009년 이메일 감청은 2014년 현재 SNS, 팩시밀리 감청기술로 발전했다. 심지어 레이저를 이용해 유리창 진동을 측정한 뒤 대화내용을 엿듣는 장비도 등장했다. 007 영화가 현실이 된 듯하다.
국회의원들이 공개한 감청 실태는 불안감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하다. 우선 이메일·메신저 등을 실시간 감시할 수 있는 패킷감청 설비 인가 수가 2005년 9건에서 현재 80대로 급증했다. 감청 건수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작년 국가정보원의 인터넷(모바일 포함) 감청 건수는 1798건으로 2010년 1269건 대비 42%나 증가했다. 여기에 연간 패킷감청의 95%를 국정원이 수행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야당 의원들은 호재를 만난 듯 피감기관을 밀어붙였다. 패킷감청장비 및 통신제한조치 관련 통계만으로도 충분했다.
이대로 가다간 디지털 사회는 감시사회라는 등식이 성립될 수 있다. 물론 사회질서 유지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국가 역할을 존중해야 한다. 분단 현실도 고려해야 한다. 첨단기술과 영업비밀 유출 방지도 중요하다. 그렇다고 일방적으로 들여다본다면 국민들에게 과도한 불안을 조장할 수 있다. 국가경제적으로도 마이너스 효과다. 국가 브랜드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산업화에 이어 민주화를 이룬 나라’라는 좋은 이미지를 실추시킨다. 창조경제를 선도할 기업에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줘 산업까지 피해를 준다. 카톡 사용자의 사이버 망명은 이를 방증한다.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한다’는 헌법 제17조를 국가는 존중해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사생활과 인권침해 소지가 있다면 오해를 살 일도 하지 않아야 한다. 디지털포렌식 장비에 대한 투자 규모와 현황을 투명하게 알리는 것도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미림팀 도청사건과 초원복집 사건이 정부와 국가에 어떤 악영향을 미쳤는지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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