짐 화이트 허스트(Jim Whitehurst) 레드햇 CEO가 국내 레드햇 개발자 커뮤니티와의 소통을 위해 한국을 찾았다.
레드햇코리아가 지난 10월 13일 서울 양재동 엘타워에서 개최한 레드햇 개발자 커뮤니티 세미나에 참석, 개발자와 만남을 갖은 것. 그는 이 날 오전에는 서울대 강연을 진행했다. 함재경 레드햇코리아 대표에 따르면 당초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렸고 적극적인 질의응답이 오가는 등 관심이 높았다는 설명이다.
◇ 클라우드 시대 “완전한 오픈 형태 협업”=화이트 허스트 CEO는 레드햇 개발자 커뮤니티 세미나에서 레드햇이 로드맵이 아니라 어떤 철학을 갖췄느냐가 중요한 회사라면서 이 과정에서 개발자 커뮤니티가 방향성을 제공하는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고 강조했다. 레드햇의 출발점이자 본질이 개발자이며 커뮤니티라는 것이다.
그가 이 날 강연에서 강조한 건 혁신이다. 기술보다는 혁신이 어떻게 일어날 것이냐를 놓고 그는 1980년대 메인프레임 시대에는 정보가 폐쇄적이었고 기업이 이끌었던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어 1990년대 클라이언트 서버 시대에 들어서면서 벤더 협력 시대가 열리기 시작했고 개방형 표준이 등장한다. 다시 2000년대 인터넷 시대에는 공통 프로토콜이 등장하고 레이어로 제품을 구축할 수 있는 시기에 접어든다. 화이트 허스트 CEO는 이런 시기를 거친 지금의 클라우드 시대는 완전한 오픈 형태의 협업이 가능한 시대라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그가 중요한 포인트로 짚어낸 건 유저 기반 협업을 바탕으로 한 오픈 이노베이션이다. 그는 “벤더가 아니라 유저가 이끈다(Lead by users, not venders)”라는 표현으로 유저가 큰 그룹으로 자리 잡게 됐다고 말했다. 대규모 IT 개발자 집단은 충분한 자원을 동원할 만큼 인적 자원을 확보해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 가능하게 됐다는 말이다.
◇ “오픈 이노베이션 시대 열린다”=여기에 기름을 부어줄 수 있는 게 바로 오픈소스다. 그는 대규모 개발자 그룹과 오픈소스가 결합되게 되면 벤더를 기다리지 않고 자체적인 혁신이 가능해진다고 강조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화이트 허스트 CEO는 최근 한 실리콘밸리 기업 CTO(페이스북과 구글, 페이팔 3개 중 하나라고만 언급)를 만난 자리에서 전통적인 기업이 로드맵에 충실한 데 비해 이런 혁신 기업은 이보다 훨씬 짧은 단위로 접근한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대규모 개발자 집단과 오픈소스가 혁신에 대한 시간 개념을 바꿨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지난 2년 동안 오픈 이노베이션이 모든 분야를 선도하게 됐다면서 실질적 변화를 꾀하는 혁신, 예를 들어 빅데이터 등 굵직한 분야의 혁신이 오픈 이노베이션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화이트 허스트 CEO는 “인간의 창의력에 한계가 있다면 기하급수적 성장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 있다”는 최근 노벨상 수상자의 발언을 인용, 예상하지 못하던 혁신이 계속 나오고 있다면서 과거에는 IBM이나 오라클 같은 대규모 기업만이 만들어내던 걸 이젠 유저(개발자)가 관심을 두고 접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빅데이터 뿐 아니라 클라우드 역시 오픈소스를 통해 일어난 혁신이라면서 그는 앞으로 주목해야 할 것으로 “유저 기반의 혁신이 클라우드 소싱으로 발전하게 될 점”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화이트 허스트 CEO가 말하는 오픈소스의 강점은 수천 개에 이르는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이 중 최고만 승자로 남는 게 오픈소스라는 점이며 많은 유저의 참여가 낳은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마치 씨앗처럼 뿌린 것 중에서 잘 자란 게 남은 것과 같다는 설명이다.
그는 오픈소스를 통한 협력은 적어도 클라우드 컴퓨팅 측면에선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는 지금이 근본적인 컴퓨팅 아키텍처의 전환기라고 진단했다. 모바일과 클라우드로 컴퓨터 인프라가 전환되고 있다는 것이다. 메인프레임 시대를 IBM이 이끌었다면 PC 시대는 윈텔 진영이 주도했다. 그는 “그렇다면 클라우드 아키텍처 시대는 누가 이끌 것이냐”고 반문했다. 오픈소스가 이 자리를 차지하게 될지 여전히 유력한 대안이 될지는 물론 알 수 없다. 하지만 화이트 허스트 CEO는 오픈소스는 발전적 모델이라는 말로 충분히 클라우드 아키텍처 시대의 미래 혁신을 이끌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다.
◇ 유저 기반 혁신, 클라우드 소싱 부를 것=그는 이런 오픈소스와 대규모 유저의 참여에 맞는 레드햇의 역할에 대해서도 말했다. 그는 자신도 주위에서 “무료 소프트웨어를 갖고 어떻게 돈을 버냐”는 질문을 받는다면서 레드햇은 소프트웨어는 무료지만 이를 둘러싼 모든 걸 판매할 뿐이라고 말한다. 레드햇이 리더가 되려는 게 아니라 방향성에 도움을 주는 촉매제 역할을 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이 과정에서 래드헷은 오픈소스 웨어, 그러니까 모든 일을 오픈소스 정신에 입각한 활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레드햇의 모델 자체는 오픈소스를 엔터프라이즈 영역에서 소화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며 이를 위해 800명에 이르는 엔지니어가 버그 픽스나 보안 문제 해소 등 서포트를 하고 있다. 레드햇의 역할이 탄력적인 기술 관찰자인 동시에 이런 과정을 통해 중요성이 확인되면 개발자 커뮤니티와 손잡고 기업 등에게 지원을 하는 형태가 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날 국내 개발자에게 강연한 말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유저 기반의 혁신이 클라우드 소싱을 부른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짐 화이트 허스트 CEO는 오픈소스 업계의 거물이다. 비즈니스 컨설턴트 출신으로 델타항공 CEO를 7년이나 역임한 그는 지난 2008년 레드햇 합류 이후 매출 10억 달러를 기록하는 등 성공을 거둬왔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이석원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