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태의 IT경영 한수]<22>대형 IT프로젝트② PMO기능이 핵심이다

[이강태의 IT경영 한수]<22>대형 IT프로젝트② PMO기능이 핵심이다

처음 시작할 때는 예전에 비해, 경쟁사에 비해 이렇게 나아지고 고객서비스가 저렇게 좋아진다고 늘어놓았던 장밋빛 전망은 온데간데없고 프로젝트 마무리에 전전긍긍하는 것이 보인다. 한편으로는 안쓰럽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위태로운 상태가 상당 기간 지나고 나면 곧 처음 하기로 했던 영역의 목표 변경과 그 나머지 2차 프로젝트마저 연기됐다고 발표한다. 어차피 이 정도 차세대 프로젝트는 이사회 승인을 받았고 회사 전체가 들썩들썩하기 때문에 CEO나 CIO도 한 배를 탈 수밖에 없다. 다들 불안불안한 상태에서 어느 날 테스트한다고 현업에서 직원들 차출하고 그리고 성공을 자축하는 샴페인 터뜨리고 언론에 개통식 사진 나가고 그러면서 차세대 프로젝트를 마무리한다. 창구에 있는 직원이나, 지점이나 본부에 있는 직원들은 뭐가 바뀌었는지도 잘 모르고, 왜 그리 많은 돈을 썼는지도 잘 모른다. 개통식 이후도 IT부서에서는 뒷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다. 보통 3개월 이상은 프로젝트 때보다 더 바쁘다.

차세대라는 이름의 프로젝트가 자주 도랑에 빠지는 것은 PMO(Project Management Office) 기능을 너무 쉽게 보기 때문이다. PMO 목적은 프로젝트 기한과 예산 품질을 관리하는 데 있다. 대개 계획에서 차이가 나기 시작하는 것은 처음 요구사항 수렴이다. 아무리 ERP나 외산 패키지를 들여와도 새로운 프로세스에 대해 현업 대상으로 교육도 해야 하고 동의도 얻어야 한다. 또 처음 들어오는 ERP나 ERP 업그레이드는 우리나라 법규나 규정에 맞춰 수정도 해야 하고 기존 시스템과의 인터페이스도 맞춰야 한다. 대부분의 프로젝트가 이 부분에서 필요 이상의 시간과 인력을 낭비하게 된다. 그러면 프로젝트 말미에 시간에 쫓겨서 테스트·교육과 같은 중요한 부분이 부실하게 되고 사용자의 불만이 하늘을 찌르게 된다. 앞단에서 현업 요구사항과 시스템 기능을 일치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각 현업에서 똑똑한 직원들을 차출해 달라고 하면 대리나 과장급들이 나온다. 이들은 자기가 잘 알고 있는 부분에 남다른 애착을 보인다. 마케팅을 대표해서 차출돼온 듯하지만 이들이 모든 마케팅 업무를 다 알고 있지는 못하다. 자신들이 잘 아는 분야는 집요하게 파고들지만 그 외의 부분은 설렁설렁 넘어간다. 잘 모르기 때문이다. 차세대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컨설턴트들이 프레젠테이션 말미에 꼭 하는 말이 있다. CEO의 관심과 지원이 필수라고 하는 거다. 그렇다. 매우 중요하다. 그렇지만 대부분 CEO들이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 잘 모른다. 매월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보고받고 현업에서 사람 차출하거나 교육에 참가하도록 지시해 주는 것이 CEO가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정말 CEO가 프로젝트를 잘 도와주는 방법은 요구사항을 정의할 때 깊이 참여하는 것이다. CEO가 담당 임원 앞에 두고 그렇게 할 일이 없냐고? 만약 CEO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이른바 차세대와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벌이지 말아야 한다. 만약 벌였다면 성공시켜야 하고 그러려면 첫 단추를 끼울 때부터 참여해야 한다. 이미 만신창이가 돼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서 책상 치면서 성질 내봐야 어느 누구도 선뜻 나서서 해결하지 못한다.

영어 속담에 ‘제때 한 땀이 나중의 아홉 땀을 막는다(One Stitch in advance saves nine)’가 있다. 매사 그렇듯 초기에 방향을 잘 잡아야 뒤끝이 좋다. 방향만 맞으면 좀 늦었더라도 서두르면 된다. 방향이 틀어지면 프로젝트 내내 ‘이거 잘못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주저 때문에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PMO가 제 기능을 못하면 인력 투입에 심각한 차질이 생긴다. 외국에서 전문가를 데려와야 하고, 국내에서도 수많은 프리랜서를 써야 한다. 프로그램해 본 사람들은 다 알지만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질의 차이가 크다. 거의 예술 수준으로 간단명료하게 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덕지덕지 꾸역꾸역 프로그램 짜는 사람도 있다. 자기들끼리는 누가 고수고 누가 초보인지 금방 안다. 이런 고수들은 거의 1년간 사전 예약돼 있다. 그래서 예약을 해 놨는데 프로젝트 진행이 그 수준까지 가 있지 않으면 불러다 놀리는 수밖에 없다. 또 계약 기간이 끝나면 다른 곳으로 가 버린다.

CIO들이 이 대목에서 무지 고민을 하게 된다. 남아 있는 요원은 실력이 없고, 실력 있는 요원은 여기저기서 빼가려 하고. 그래서 첫 단계부터 일정이 밀리기 시작하면 프로젝트 기간 내내 인력 수급에 막대한 애로를 겪게 된다. 이런 것을 잘 계획하고 조정하는 것이 PMO 기능이고, 그래서 프로젝트 성공 여부에 결정적이다.

CIO포럼 회장 ktlee777@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