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전기산업 통일은 반드시 이뤄져야 합니다. 불가능하면 시작도 안했죠.”
장세창 한국전기산업진흥회장은 남북 전기산업 협력의 중심에 선 인물이다. 지난달 국회 신성장산업포럼과 개최한 ‘남북 전력기자재 통일포럼’이나 ‘전기산업 통일연구협의회’ 발족도 그의 머리에서 나왔다. 남북이 다소 경직된 분위기지만 경제협력이나 통일 이후를 위해서도 전기기기 분야 대비는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장 회장은 설명했다. 취임 일성도 재임기간 중 통일에 대비한 진흥회 역할을 찾는 것이다.
장 회장은 “남북 전기산업 통일은 북한 경제난 해결은 물론이고 내수 시장 한계에 부딪힌 국내 업계에도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정치 상황과 별개로 민간 차원에서 추진 가능한 방안을 모색하는 게 통일연구협의회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전기산업계 통일 준비 붐 조성과 공감대 형성도 협의회 몫이다. 전기 업계와 단체가 통일을 준비하는 데 있어 중심축이다. 장 회장은 “최근 러시아와 중국이 북한에 전력을 공급키로 하면서 북한이 전력 식민지가 될 수도 있다”며 “이를 막아내고 남북 전기산업을 통일하기 위해선 우선 전기기기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남한 전기 설비를 그대로 북한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북한은 지난 2012년 기준 설비용량이 남한의 12분의 1에 불과하다. 하지만 설비 노후화로 실제 발전량은 절반 수준인 24분의 1이다. 노후한 전기 설비만 교체해도 지금보다 전력 사정이 두 배 가까이 좋아지는 셈이다. 장 회장은 “협의회 주도로 먼저 전기기기 표준화에 필요한 북한 실정 조사와 함께 용어 통일 작업도 병행할 계획”이라며 “매년 열리는 ‘한국전기산업대전’을 활용해 남북 전기산업 기술 및 인적 교류도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남북관계 경색으로 멀어진 연결 고리를 일원화하고 각계 전문가 의견을 반영한 통일 로드맵도 구상한다는 것이다. 남북 단일 표준으로 만든 국산 제품으로 ‘원 코리아’를 이룬다는 계획이다. 독일 통일 사례를 벤치마킹하는 한편 남북 특수성을 고려할 것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장 회장은 남북 간 전기산업 통일을 추진하는 것과 동시에 국내 전기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술 로드맵도 추진 중이다. 중국산 전기기기가 최근 남북한에 대거 유입되는 것을 막는 한편 2020년 수출 400억달러로 우리나라가 세계 5대 전력 기자재 강국 반열에 올라서기 위한 대책이다. 전력기자재산업 육성을 위한 초고압직류송전(HVDC)용 컨버터와 차단기, 초전도 케이블 등 미래기술 품목을 발굴하고 향후 개발 일정 등을 내년 3월까지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장 회장은 “남북 전기산업 통일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동북아 전력망 연계와 직결된다”며 “우리나라가 동북아시아 지역과 전력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가 열리는 것으로 전기기기 표준화는 그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