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균 스마트그리드협회장 “정부 선순환 구조 시장 지원책 필요”

“국내 스마트그리드 기술 경쟁력이 수면 위로 서서히 오르고 있습니다. 지금이 정부의 선순환구조 시장 지원책이 절실하게 필요한 때입니다.”

최근 열린 ‘코리아스마트그리드위크’에서 구자균 스마트그리드협회장(LS산전 부회장)은 이 같이 밝혔다. 구 회장은 우리나라 스마트그리드 기술 경쟁력이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에도 국내 시장이 만들어지지 않은 현실에 대한 복안을 제시했다. 한국이 앞서 스마트그리드산업 비전을 선포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크게 선전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정부의 보다 집중적인 지원과 대·중소기업 협력이 절실하다는 게 핵심이다.

구자균 스마트그리드협회장 “정부 선순환 구조 시장 지원책 필요”

구 회장은 “이미 우리 기술로 완성한 스마트그리드 핵심 솔루션인 에너지저장장치(ESS)나 원격검침인프라(AMI) 분야의 수출 소식이 들리고 있지만 국내 시장 기반이 약한 탓에 일부 기업에만 해당되는 게 사실”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는 정부의 각종 보급사업이 선순환구조 시장 조성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구 회장은 “스마트그리드가 통신과 중전·전력산업이 융합한 에너지 신사업의 핵심인 만큼 단기적이라도 정책적 집중이 필요하다”며 “AMI뿐 아니라 즉각적인 현장적용이 가능한 ESS나 에너지관리시스템(EMS) 등을 일정 규모 이상 수용가에 의무 적용토록 하면서 초기 구축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매연 뿜는 디젤 비상발전기를 ESS로 교체하고 에너지효율 관리에 뛰어난 EMS를 건물·공장 등에 의무 적용하는 법적 제도를 마련하면서 이들 수용가의 초기 경제적 부담을 정부 자금으로 일정기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 회장은 정부 지원책만큼 업계의 자발적인 역할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한국전력의 스마트그리드 스테이션(소규모 전력독립망) 구축 사업은 중소기업 기술력이 입증된 사례”라며 “대기업과 협력해 해외시장 진출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소기업이 잘 돼야 대기업이 잘 된다는 건 변치 않는 원칙이며 (중소기업은) 이미 대기업보다 제조·기술 경쟁력에 충분히 강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구 회장은 자신이 몸담고 있는 LS산전부터 중소기업 협력모델을 만들어 실천하겠다는 의지다.

LS산전은 최근 국내 최대 규모로 수주한 이라크 전력청의 스마트그리드 AMI구축 사업에 남전사 등 다수의 중소기업과 동반 진출했다. 이뿐 아니라 업계 처음 협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납품 대금 450억원을 협력업체에 조기 집행했다. 구 회장은 “원가 이하의 전기요금 제도 탓에 스마트그리드 시장이 쉽게 열리지 않다는 건 불평할 게 아니다”며 “오히려 좋지 않은 환경에서 살아남는다면 그 어떤 어려운 글로벌 시장경쟁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경쟁력을 높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사진=윤성혁기자 shy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