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기존 대비 수백 배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는 3차원 방식의 나선형 구조 반도체 제조 원천기술을 개발했다.
KAIST(총장 강성모) 나노과학기술대학원 윤동기 교수 연구팀은 한·미 연구진과 공동으로 자기조립(self-assembly) 현상을 이용해 매우 정밀한 나선형 나노 구조체를 만들어냈다고 2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KAIST 나노과학기술대학원 김한임·이선희 박사과정(제1저자) 연구원이 주도하고 포항가속기연구소 신태주박사, 미국 메릴랜드주립대학 이상복 교수와 콜로라도주립대학 노엘 클락 교수가 참여했다.
이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인 미국립과학원회보(PNAS) 10월 7일자에 게재됐다.
연구진은 이 기술로 3차원구조 중에서도 가장 구현하기 어렵다는 나선형 구조를 만들어 다양하게 변형하고 1㎚ 간격으로 조절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전기화학적 반응을 통해 만들 수 있는 다공성 양극산화알루미늄막을 이용해 수십 ㎚ 수준의 한정된 공간을 만들었다. 이후 수 ㎚ 수준에서 휘어져 있는 액정 분자가 형성하는 나선형 나노구조체를 그 공간 속에 형성시켜 독립적으로 제어된 나선 나노구조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이 나노구조체는 나노채널 지름이 20~200㎚, 나선 반주기가 100~120㎚, 전체 막 두께는 5~수십㎛ 크기다.
이 기술을 활용하면 전자기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액정 소재의 고유성질과 융합해 고효율의 광전자 소자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내다봤다.
지금보다 최소 수백 배 많은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공정단계를 획기적으로 줄여 제조비용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윤동기 교수는 “액정물질이 형성하는 나선 나노구조체 제어의 물리·화학적 원리 규명에 처음 성공한 것”이라며 “결함구조를 공학적으로 최소화하는 작업이 이루어진다면 3~5년 내 상용화돼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