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반도체 외주생산 업체인 대만 TSMC가 첨단공정 기술개발 지연으로 내년 삼성전자에 최신공정 점유율이 역전될 것이라고 모리스창 회장이 직접 밝혔다.
모리스 창 TSMC 회장은 19일(현지시각) 월스트리트저널과 인터뷰에서 “내년 몇몇 고객사 주문량을 삼성에게 빼앗겨 최첨단 공정 시장점유율은 삼성이 우리(TSMC)를 넘어설 것”이라며 “올해 초 고객사들에게 삼성전자 14nm보다 기술 개발이 늦는다고 솔직하게 통보했다”고 말했다. 지난 3분기 사상최대 실적을 냈지만 공정 개발이 늦어져 16·14나노미터(nm) 핀펫(FinFet, 물고기꼬리모양 트랜지스터) 공정 고객사 유치전에서 밀렸다는 것이다.
창 회장은 하지만 “오는 2016년에는 TSMC가 다시 고객사를 끌어올 수 있을 것”이라며 “기술 경쟁이 언제나 기술 혁신을 불러왔고 앞으로 최소한 5년간은 이어진다”고 예상했다.
인텔·TSMC·삼성전자·글로벌파운드리스는 지난 몇년간 미세 공정 경쟁을 벌여왔다. 기술적으로는 인텔이 지난 8월 트라이게이트(Trigate, 3차원 트랜지스터 구조) 공정을 사용해 중앙처리장치(CPU) ‘브로드웰’ 양산을 시작하면서 14nm 양산 시대를 열었다. 하지만 종합반도체업체(IDM)인만큼 자체칩을 생산하고 있다. TSMC와 삼성전자는 올해 말 양산을 시작한다. TSMC는 28nm·20nm 공정에서 애플·퀄컴 등 주요 반도체 업체 외주 물량을 독식하다시피해 지난 3분기 매출액 2091억대만달러(약 7조3080억원), 순이익763억대만달러(약 2조 6590억원)을 올려 사상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하지만 14·16nm 경쟁에서 밀리면서 내년 순익 하락도 예상된다.
14nm 경쟁구도 변화는 반도체 업계의 견제 심리가 작용한 게 큰 요인이다. 애플이 삼성전자 파운드리를 주로 사용하다가 28나노부터 TSMC로 물량을 이원화한 것도 물량을 한 곳에 밀어주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삼성전자가 지난해·올해 시스템LSI 실적이 급감하면서 14nm 공정 개발에 사활을 걸고 덤빈 것도 한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4nm 양산부터 TSMC를 넘어서겠다는 목표를 내걸고 공정 개발을 해왔다”며 “기존 하위 공정에서도 상당한 매출이 나오는 TSMC에 비해 삼성전자가 첨단공정 개발이 더 절박했던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삼성과의 경쟁과 별개로 창 회장은 차기 숙제로 ‘무어의 법칙(칩 하나의 트랜지스터 숫자는 18개월마다 두배로 늘어난다는 법칙)’ 유지, 중국 부상 두 가지를 들었다. 반도체 회로선폭 미세화는 이미 10nm대로 접어들면서 물리적인 한계에 다다랐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국 반도체 업계의 부상에 대해서는 인력(맨파워), 정부의 강력한 지원, 알리바바·텐센트 등 인터넷 기업 유통망을 등에 업은 화웨이·레노보 등 완제품 업체의 성장 등 모든 요인에서 위협적이라고 꼽았다.
향후 5년간 경영 계획에 대해서는 사물인터넷(IoT)용 칩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의 기술과 특허가 가장 큰 자산”이라며 “설계자산(IP)이 장기전에서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운드리 업계 현황 (자료:IC인사이츠)>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