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글로벌 스토리지 기업들과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확대하며 플래시 스토리지 분야에서 적극적인 행보를 보여 주목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세계 2위 스토리지 업체인 넷앱과 내년 초 출시를 목표로 ‘올 플래시 스토리지’를 개발 중이다.
올 플래시 스토리지는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가 아닌 플래시 메모리를 기반으로 한 데이터 저장 시스템이다. 반도체를 사용하기 때문에 속도와 전력 소비에서 기존 HDD 기반 제품을 뛰어넘는 차세대 스토리지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삼성전자와 넷앱은 지난해 개발 단계에서부터 힘을 모았다. 낸드플래시 특성에 맞게 아키텍처 등을 새롭게 개발하고 적용하기 위해서다. 삼성은 이에 앞서 또 다른 스토리지 업체인 퓨어스토리지, 솔리드파이어와도 협력 관계를 맺은 바 있다. 삼성그룹 계열 벤처캐피털(VC)인 삼성벤처투자가 이들 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퓨어스토리지에는 지난 2011년, 솔리드파이어에는 2013년 투자가 단행됐다.
퓨어스토리지와 솔리드파이어는 설립된 지 5년 남짓의 신생 벤처기업이다. 이들 기업은 올 플래시 스토리지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는 데 공통점이 있다. 양사 모두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700% 이상 증가하는 고속 성장을 기록하며 EMC 등 전통 스토리지 기업을 위협하고 있다.
삼성이 이처럼 스토리지 산업, 특히 플래시 스토리지 분야에서 보폭을 넓히는 건 600억달러 규모의 세계 스토리지 시장에서 기회가 생겼기 때문이다. 최근 스토리지 시장은 플래시 메모리를 진원지로 하는 대변혁이 시작된 상황이다. 과거 테이프 스토리지에서 디스크 스토리지로 패러다임이 변화한 것처럼 플래시 스토리지가 디스크 스토리지를 대체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IDC에 따르면 올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규모는 올해 8억달러에서 2016년에는 16억달러로, 연평균 50% 이상 고성장이 예상될 정도로 무게 중심이 플래시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삼성은 이 같은 시장 변화 속에 투자와 공동개발 방식으로 긴밀한 파트너십을 구축, 플래시 메모리 공급에 있어 유리한 고지에 오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넷앱은 올 플래시 스토리지에 삼성전자의 플래시 메모리만 사용하기로 했고, 솔리드파이어의 주력 제품들 또한 삼성전자의 플래시 메모리가 적용됐다.
플래시가 탑재될 때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와 컨트롤러 등이 합쳐진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사용되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클 뿐만 아니라 삼성의 약점으로 꼽힌 기업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스토리지 업계 관계자는 “엔터프라이즈 시장이 가격보다 성능·효율·안정성을 중시하는 만큼 삼성이 진입하기 위해서는 주요 스토리지 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이 필요했을 것”이라며 “스마트폰 등 소비자 제품 위주였던 반도체 사업을 기업용으로 확대하려는 의지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올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 전망(단위:억달러) 자료:IDC>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