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소재 개발은 혁신에서 비롯된다.”
‘제2회 글로벌 소재 테크페어’의 오전행사 1부 순서로 진행된 패널토론에 참가한 글로벌 소재기업 연사들은 제조업 발전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과 협력을 당부했다. 연사들은 △완제품-부품-소재 기업 간 혁신 △산학 협력과 우수 인재 양성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미래 소재 개발 시도 등을 제조업 성공의 필수요소로 꼽았다.
패널토론은 윤의준 산업부 R&D전략기획단 MD를 좌장으로 프리돌린 슈타리 바커 부사장, 게오르그 버나츠 머크 시니어디렉터, 캐슬린 오코넬 다우케미칼 디렉터, 로리 해밀턴 코닝글래스테크놀로지스 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사회(윤의준 산업부 R&D전략기획단 MD)=한국은 강력한 제조업 기반을 갖췄다. 우리 정부는 2000년대 들어 소재부품산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업계 경쟁력 강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 소재기업의 미래 전략이 궁금하다.
◇프리돌린 슈타리(바커그룹 중앙기술연구소 총괄 부사장)=바커는 소재 분야의 미래 메가트렌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술적 수요를 해결하는 솔루션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그리고 우리가 해결할 수 있는 분야의 솔루션에 집중한다. 세계 곳곳에 자리한 현지 개발센터에서 고객 수요를 파악하고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가용 자원을 활용해 최적의 기술을 찾아나간다.
◇게오르그 버나츠(머크 LC Physics 부문 연구총괄 시니어디렉터)=머크는 새로운 시장과 글로벌 트렌드를 파악하기 위해 소셜미디어 마이닝을 활용한다. 우리 회사는 B2B, 소재 기업이지만 완성품을 소비하는 최종 고객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중요시한다. 키워드 검색을 활용해 최종 고객이 완성품에 보이는 반응을 확인하고, 그 반응이 제품에 쓰인 소재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고민한다.
‘디스플레이 퓨처스’라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예술가·과학자·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 전문가를 모아 미래 동향을 이야기하고 거기에서 영감을 얻는다. 지금 우리가 가진 역량에서 미래를 그려가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예상되는 미래의 모습에서 거슬러 내려오는 일종의 ‘톱-다운’ 방식이다.
◇캐슬린 오코넬(다우케미칼 전자재료 코어R&D 총괄디렉터)=전기소재와 전자부품 등은 각각 업계에서 나름 로드맵에 대한 합의가 있다. 소재는 수주산업이기 때문에 고객에게 필요한 것을 맞춤형으로 제공해야 한다. 각 기업이 마련한 로드맵은 미래 소재 발굴의 좋은 시작점이자 토대가 된다. 이를 파악하면 최첨단 부품에도 맞춤화가 가능하다.
◇로리 해밀턴(코닝글래스테크놀로지스 상용기술 이사)=중요한 것은 두 가지다. 시장·고객의 이해와 회사가 보유한 기술을 정확히 파악하는 것. 그래야 소재기업이 가진 핵심 역량을 고객이 직면한 문제에 연계해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다.
◇사회=글로벌 소재기업들은 구체적으로 미래 신소재 R&D를 어떻게 실행하고 있나.
◇로리 해밀턴=R&D는 회사의 기술개발팀이나 과학자만 관련된 것이 아니다. R&D의 핵심은 조직 구성원 모두가 기술과 신제품에 ‘흥분’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혁신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코닝은 비즈니스 R&D와 탐색적 R&D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둔다. 상용 가능한 기술을 개발하는 비즈니스 R&D가 기업에 필요하지만 조직 구성원들이 새로운 콘셉트를 찾고 기초과학 연구를 하는 탐색적 R&D도 매우 중요하다.
◇캐슬린 오코넬=장기 R&D를 진행하는 여러 경로 중 대학에 자금을 지원하는 산학협력이 있다. 여러 가지 심층화된 재료공학적 난제를 대학과 힘을 모아 풀어나간다. 이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수준 높은 교육 기회도 제공한다. 이들이 졸업하면 일종의 ‘인재 파이프라인’을 구축할 수 있다. R&D에서 우수 인재 확보에 이르는 연속성을 갖추는 것이다.
기업 내부 자원을 활용하는 성장 이니셔티브도 있다. 매년 R&D 예산 중 일부를 할당해 성공 확률이 낮지만 중요성이 높은 연구 과제에 투자한다. 복수 과제로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 가장 어려운 과제는 CTO가 직접 관리한다. 사업부는 단기 수요 대응과 개발에 집중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이런 프로젝트도 필요하다.
◇게오르그 버나츠=신소재 혁신은 ‘양방향’이다. 신기술 개발을 위해 신소재가 필요하지만 반대로 신소재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술을 구현하는 사례도 많다.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머크는 고객을 신소재 개발 과정의 앞 단에 함께 참여시킨다. 갈수록 첨단기기 교체주기가 짧아지면서 신소재 사이클도 단축되는 추세다. 고객과 초기 개발단계부터 협력해 맞춤형 소재를 발굴한다.
◇프리돌린 슈타리=결국 기업의 성공요인은 제대로 된 프로젝트 선정에 달려있다. R&D 수행보다 더 어려운 것은 적절한 프로젝트를 선별하는 것이다. 중장기적 측면에서 결과가 나와야 하는 만큼 프로젝트 타당성 조사를 하고 미래 시장 수요를 파악해야 한다. 그리고 우리의 기술이 경쟁력이 있는지 살펴본다.
◇사회=최근 글로벌 소재업체들이 한국에 연구센터를 많이 설립했다. 한국을 선택하는데 어떤 요인들이 영향을 줬나.
◇캐슬린 오코넬=한국은 소비자가전에 있어 세계 선도국가다. 한국 대학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제조업에 강점이 있는 만큼 한국 현지기업들과 기술 협력도 가능하다. 비즈니스적인 측면에서 한국에 진출하고, 현지 R&D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로리 해밀턴=한국의 매력은 주요 소비자가전과 최종 고객 등 가치사슬 주체들이 가까이 있다는 점이다. 높은 학력수준과 경험을 가진 우수한 인재도 많다.
◇게오르그 버나츠=머크의 비즈니스 모델은 고객과 함께 하는 것이다. 머크는 1990년대부터 애플리케이션 랩을 한국에 세운 후 장기 협력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한국과 머크 모두 긍정적인 성과를 얻는 ‘윈윈’ 구조다.
◇프리돌린 슈타이=전자 분야에서는 한국의 공정 과정이 있어야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독일에서 오랜 기간 축적한 기초기술을 한국 연구소에 제공하고, 이를 통해 다양한 제품을 개발한다. 소재기업으로서는 한국 제조기업과 협력하는 것이 신속한 시장 대응을 위한 최적의 방안이다.
◇사회=청중에서 나온 질문이다. 소재 업계 선도 주자로서 가장 유망한 소재사업을 꼽는다면.
◇게오르그 버나츠=에너지 저장, 배터리 등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이 안에 적용될 다양한 소재의 유망성은 확실하다.
◇프리돌린 슈타리=동의한다. 신재생 에너지도 중요하다. 신재생 에너지 저장기술과 에너지 감축 기술도 마찬가지다. 인구 증가에 따른 바이오·영양·제약 분야 역시 유망산업이다.
◇사회=바쁜 시간 성의 있는 답변 고맙다. 앞으로도 한국과 글로벌 소재기업 간 오픈이노베이션을 위해 계속 힘써주기 바란다는 말로 인사말을 대신한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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