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GIST 총장 돌연사퇴 `파장`

김영준 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이 이달 초 감사원 감사결과를 통보받은 후 돌연 사표를 낸 것으로 뒤늦게 밝혀져 사퇴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의 산하기관 정상화 시범케이스라는 설도 있고, 첫 내부 승진자인 김 총장이 파워게임에 밀리면서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사퇴카드’를 꺼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김영준 GIST 총장 돌연사퇴 `파장`

김 총장은 지난 13일 교직원들에게 전하는 이메일을 통해 사퇴의사를 밝혔고, GIST 이사회도 김 총장의 사표를 곧바로 수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총장은 올 연말께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날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2012년 6월 취임한 김 총장이 잔여임기를 1년 8개월가량 남겨놓은 상태다. 이 때문에 GIST 구성원은 물론이고 관리기관인 미래창조과학부까지 ‘맨붕’상태에 빠졌다.

과기계 전문가들은 “편법 예산전용이 문제로 제기됐지만 총장이 사퇴까지 할 정도의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안다”며 “총장 내정설 등 갖가지 소문들이 나돌고 있는 상황에서 자칫 연구진의 사기가 저하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김 총장이 사퇴한 표면적인 이유는 감사원이 미래부장관과 GIST 이사장에게 인사조치를 요구한 것으로 돼 있다. 공공기관의 장으로 준수해야 할 법령 및 규정과 공정한 직무수행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감사원은 이달 초 GIST에 대한 감사결과 편법을 동원해 예산을 직원들의 연구활동비와 성과금 등으로 부당지급한 사실을 밝혀냈다. 이 과정에서 GIST는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승인한 인건비 예산 범위를 어기고 노사 간 합의사항을 경영정보공개시스템에 공시하지 않아 은폐 의혹을 받았다.

하지만 GIST는 연구의 질을 강조하는 정책전환과 대학 구성원들의 연구역량을 키울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정에서 일부 실수가 있었을 뿐 고의 은폐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특히 광주라는 지리적 한계로 해마다 10여명 가까운 우수 연구진이 이직하면서 이를 막을 제도적 장치도 필요했다.

실제로 김 총장이 취임한 2013년 이후 교수이직은 연간 한두 명 수준으로 크게 줄어들었고, 영국의 글로벌 대학평가기관인 QS사가 시행한 2014 세계대학평가 ‘교수1인당 논문 피인용수’ 부분에서 세계 4위에 올랐다. 또 올해 ‘THE 세계대학평가’에서 공학·기술(Engineering&Technology) 분야 세계 96위, 국내 4위에 올랐고, 대학 입학경쟁률도 10대 1이 넘는 등 성과를 보였다.

GIST 한 관계자는 “임금협약서와 부속합의서의 내용이 동일한 것으로 알고 성과급 추가지급 사항을 공개하지 못한 점은 인정한다”며 “연구성과의 질적 향상을 위해 보다 더 투명한 행정시스템을 정착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광주=서인주기자 si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