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서버와 스토리지 제조사들이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 지정에 다시 도전한다. 내년 6월에 있을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 시 서버와 스토리지를 대상 품목에 신청할 계획으로, 구체적인 제반 준비에 착수했다.
국내 컴퓨팅 장비 제조사로 구성된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22일 “내년 6월 예정된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에 서버와 스토리지를 신청할 계획”이라며 “그동안 부족했던 부분을 개선해 이번에는 서버와 스토리지를 대상 품목에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중기간 경쟁제품 지정은 정부가 중소기업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한 제도다. 생산설비와 생산 공정을 갖춘 중소기업을 공공시장에서 정책적으로 우대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취지로 2006년부터 시행됐다.
특정 품목이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중견기업과 대기업, 또 외국산 제품은 공공 조달 입찰에 참여할 수 없게 된다. 지정일로부터 3년간 해당 제품을 직접 제조·생산하는 중소기업만 참여 자격을 얻게 된다.
국내 서버·스토리지 제조사들은 외산 장비에 대한 의존도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내 중소기업의 판로 확보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중기간 경쟁제품으로 지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올해 상반기 추가 품목을 지정할 때 처음 서버와 스토리지를 신청한 바 있다.
하지만 국산 제품은 사후서비스(AS)가 취약해 경쟁제품으로 지정되면 문제될 수 있다는 지적과 외산 제품을 납품하는 기업 역시 국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또 다른 차별이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무위로 끝났다.
한국컴퓨팅산업협회는 이 같은 문제를 대폭 개선해 재평가받겠다는 것이다. 우선 AS에 대한 신뢰 확보를 위해 이슬림코리아·이트론 등 10여개 기업들 모아 전국적인 통합 AS센터를 구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또 외국계 제품을 판매하는 중소 유통업체와의 상생을 위해 제휴를 추진할 방침이다. 외국계 협력사들이 단순한 하드웨어 판매에 그치지 않고 소프트웨어를 더해 솔루션 형태로 사업을 진행해온 만큼 국산 장비와 소프트웨어의 결합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김진택 한국컴퓨팅산업협회 사무국장은 “서로 협력해 발전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데 무게를 두고 있다”며 “보안, 데이터베이스 분야 협력에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정부 연구개발(R&D) 과제에 참여, 기술 수준을 높이는 한편 공공 분야에서의 시범 사업 확대로 신뢰성을 확보해 나갈 방침이다.
국내 제조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정부의 국산장비 육성 정책과도 맞물려 귀추가 주목된다. HP·EMC·델 등 글로벌 기업들이 장악하고 있는 시장구도에 변화를 몰고 올 단초가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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