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무병장수(無病長壽)’라 하면 100세를 떠올린다. 앞으로 생명과학이 더욱 발전하면 기준점이 달라지겠지만 현 인류에게 100세는 일종의 지향점이자 목표다.
![[프리즘]100년 밖에 안된 기업](https://img.etnews.com/photonews/1410/617492_20141022162345_147_0001.jpg)
기업에게도 100년의 의미는 각별하다. ‘100년 기업’이라는 칭호는 기업이 한 세기 동안 치열한 경쟁을 뚫고 생존했다는 점에서 대외적 위상과 구성원들의 자부심을 높여준다.
21일 열린 ‘제2회 글로벌 소재 테크페어’. 내로라하는 글로벌 소재 기업 7곳이 참석한 행사에서 “우리 회사는 100년 밖에 안됐는데요”라는 뜻밖의 말을 들었다. 올해 100주년을 맞은 글로벌 기업 관계자의 얘기였다.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도 쉽지 않은 것이 100년 기업이다. 하물며 세계 소재 시장을 주름잡는 기업의 역사가 100년에 달한다면 경의를 표할 일인데 무슨 뜻인지 궁금했다.
주변을 돌아보니 바로 이해가 갔다. 나머지 참석 기업 모두 1800년대에 세워진 곳이었다. 15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곳도 더러 있었다. 사람으로 치면 100세 할아버지가 150세 어르신 옆에서 주눅드는 그런 상황이다.
오랜 역사도 부러웠지만 정말로 탐나는 것은 이들 기업이 100년간 겪었을 시행착오다. 말이 100년이지, 산업 사이클이 수도 없이 바뀔 시간이다. 때로는 실패하며, 때로는 실수한 경험을 교훈 삼아 지금의 글로벌 소재 기업으로 성장했을 것이다.
반면 우리 소재 기업은 어떤가. 단 몇 년의 시행착오도 용인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소재는 10년, 20년 이상 바라보고 접근해야 하는 산업이다. ‘스피드’에서 강점을 지닌 한국 제조업에게는 힘든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부분을 해결하지 못하면 한국 제조업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는 것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어차피 장기전으로 가야 할 싸움이다. 한국 소재 산업의 무병장수 프로젝트를 시작해보자.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