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온라인대중공개수업(MOOC)과 유명 자선사업가의 합작이 큰 화제가 되고 있다. 투자의 귀재인 워렌 버핏 누이인 도리스 버핏이 설립한 ‘러닝바이 기빙 파운데이션(Learning by Giving Foundation)’이 MOOC 제작에 뛰어들면서 MOOC 생태계에 새 바람이 불고 있다. MOOC 강의를 통해 교육과 기부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2011년에 설립된 러닝 바이 기빙 파운데이션은 미국 내 유명 대학들과 협력을 맺어 자선 사업 관련 MOOC 강좌 시리즈 제작과 투자에 힘쓰고 있다. MOOC 강의를 이용해 전 세계 비영리단체 관계자와 개인을 대상으로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고, 이들에게 실질적으로 지원금을 전달하는 것이 재단의 목표다. 현재까지 두 개의 강좌가 개설됐다. 지난 4월 노스트이스턴 대학과 공동제작한 ‘목적이 있는 기부(Giving With Purpose)’ 강의를 에덱스(edX)에서 선보였다. 이어 10월 4일부터 스탠포드 대학와 제작한 ‘기부 2.0: 무크(Giving2.0 - The MOOC)’ 강의가 진행되고 있다.
두 번째 강좌인 기부 2.0은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로라 아릴라가-안드레센 교수가 맡았다. 안데르센 교수는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지난 15년 동안 자선전략과 소셜 이노베이션 강의를 해왔다. 실리콘밸리 소셜 벤처 펀드를 창립했고, 자신의 이름을 딴 자선단체인 ‘로라 아릴라가 안드레센’을 운영해오고 있다. 강의명은 안데르센 교수의 베스트셀러인 ‘기부 2.0: 기부와 세상의 변화`에서 차용됐다. 안드레센 교수가 말하는 기부 2.0이란 사람들의 자발적 기부 참여였던 기부 1.0에서 발전해 혁신적 사회공헌 모델을 발전시켜 기부하는 새로운 기부방식 및 전략을 뜻한다.
총 6주간 진행되는 강의는 자선 사업 계획과 전략모델, 비영리단체 분석 및 평가, 행동 계획 수립 등을 주제로 효과적인 자선사업운용법에 대해 다룬다. 매주 동영상 강의는 4~5개의 소주제로 구성됐다. 안드레센 교수는 각 주제에 대한 개괄적 설명을 약 5분 동안 진행한다. 이외에 동영상 강의는 개발자, 창업가, 사업가 등 각계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 인터뷰와 강연으로 꾸며진 것이 특징이다.
강의 기간 동안에는 비영리 단체를 대상으로 소셜 공모전이 진행된다. 비영리 단체의 관계자들은 동료와 함께 강의를 들으며 공동 과제를 수행하고 프로젝트 제안서를 작성해야 한다. 이후 전 세계 수강생의 투표를 통해 최종 우승 단체가 결정된다. 선정된 비영리 단체는 러닝 바이 기빙 파운데이션으로부터 후원금 10만달러를 받고 파트너로 등록된다. 이와 관계없이 매주 퀴즈풀이와 개별 프로젝트 과제를 성실히 수행한 수강들 모두 스탠포드 대학 명의의 수료증을 받을 수 있다.
안드레센 교수는 그동안 일반적 자선사업의 방식이 열정과 공동투자보다는 감정에 호소해 이뤄져온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교수는 세계를 대상으로 양질의 자선교육을 무료로 제공해야 근본적 문제가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해왔다. 안드레센 교수는 ‘MOOC는 세상을 변화시킬 새로운 자선사업가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또 MOOC는 기부자들의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줄 것이며, 이로 인해 여러 기부사업들이 현실화되고 장차 세상을 바꾸게 되는데 큰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이수진 숙명여대 디지털휴머니티즈 센터 연구원 sujin@kc4d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