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플래터를 회전시켜 데이터를 읽고 쓰는 하드디스크보다 전기적 특성을 이용하는 플래시 메모리로 구성된 SSD가 더 빠르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알고 있는 사실이다. 이같은 장점을 살진 플래시 메모리는 이미 저장 장치를 쓰는 많은 분야의 모습을 바꾸고 있다. 클라우드를 비롯한 여러 인터넷 서비스의 데이터를 저장하는 대규모 스토리지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SSD를 이용하는 플래시 저장 장치의 도입에 좀더 적극적인 환경이 형성되면서 플래시 스토리지 시장도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다.
퓨어 스토리지는 현재 플래시 스토리지 분야에서 익히 알려진 업체지만, 2010년 미국 콜로라도 보울더에서 설립한 솔리드파이어는 그 새로운 경쟁자라는 타이틀을 갖기 위해 잰걸음 중이다. SSD 기반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의 경쟁력을 점점 변별력을 잃어가는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서 찾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난 4년 동안 삼성 벤처 투자, 발할라 파트너스 등으로부터 1억 5,000만 달러 투자를 받았다. 솔리드파이어는 플래시 스토리지의 기반이 되는 차세대 플래시 메모리 성능과 기능을 끌어 올리기 위해 삼성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플래시 스토리지 제품의 국내 유통과 협업 관리를 위한 한국 지사를 10월 1일부터 가동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10월 23일 프라자 호텔에서 진행한 기자 간담회에서 꺼낸 이야기다.
솔리드파이어의 플래시 스토리지가 다른 점에 대해선 이날 기자 간담회를 위해 한국을 찾은 데이브 라이트 CEO가 직접 설명했다. 솔리드파이어는 차세대 데이터 센터에서 요구하고 통합(Consolidate)과 자동화(Automate), 확장성(Scale)이라는 3가지 차세대 데이터 센터의 키워드를 충족하는 플래시 스토리지라는 점을 강조한 것. 고성능 하드웨어 공급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민첩하게 확장하기 쉬운 구조로 설계하고 애플리케이션과 서비스를 동시 수행할 때 그 성능을 예측과 자동화를 통한 최종 사용자의 비용 절감 등을 장점으로 꼽는다. 그리고 이것이 지금 선도적으로 차세대 데이터 센터를 운영하는 기업이 솔리드파이어를 찾는 이유라는 게 데이브 라이트 CEO의 말이다.
솔리드파이어는 자신들의 플래시 스토리지가 레고 블록처럼 쉽게 쌓아 100개의 노드에서 3.4PB(페타바이트)까지 마이그레이션 없이 확장할 수 있는 하드웨어 플랫폼 형태로 설계했지만 특정 응용 프로그램이나 서비스가 스토리지의 성능 독식 현상을 방지할 수 있는 성능보장기술(Guarantee QoS)을 담은 것은 유일하다고 주장한다. 이런 성능보장기술을 위해 쉬운 관리 체계를 구현하고 사람의 조작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오류(Human Error)를 최소화하도록 자동화를 강화한 점과 다른 플래시 스토리지와 차별화 메시지로 던지고 있다. 데이브 라이트 CEO는 제3의 기관인 가트너에서 15개의 플래시 스토리지 시스템을 비교한 결과 솔리드파이어가 1등을 차지한 것도 솔리드파이어 플래시 스토리지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것이라고 덧붙인다.
하지만 솔리드파이어의 플래시 스토리지의 장점을 최대한 소개한 반면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의 구체적인 설명을 아낀 부분에선 아쉬운 자리였다. 플래시 스토리지라는 하드웨어보다 그 안에서 작동하는 소프트웨어를 더 강조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와 관련된 설명을 생략한 채 간담회를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김영일 솔리드파이어 한국지사장은 “솔리드파이어의 전략을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하는 짧은 자리”라고 양해를 구했으나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자가 더 많은 제조사의 핵심을 상당 부분 비켜간 내용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전히 엔지니어링 개발에 참여하고 있는 데이브 라이트 CEO의 열정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다.
전자신문인터넷 테크홀릭팀
최필식기자 techholic@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