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김치냉장고의 진화

[이슈분석]김치냉장고의 진화

김치냉장고는 1995년 만도기계(현 위니아만도)가 대중화시켰다. 올해로 대중화 20년이 된 김치냉장고는 김장독의 김치 숙성과 보관 원리를 본 뜬 제품이다. 이전에 LG전자, 대우전자, 삼성전자도 김치냉장고를 내놓았지만 위니아만도처럼 큰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위니아만도는 후발 주자임에도 ‘최초 김치냉장고’ 회사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김치냉장고의 성공은 가전업계에 쌀저장 냉장고, 반찬 냉장고, 화장품 냉장고 등과 같이 우리 식생활이나 생활 습관에 뿌리를 둔 기능성 가전 붐을 형성하기도 했다.

◇숙성 기술 접목으로 대중화

만도기계는 1993년 10월 김치 숙성과 가전기술을 접목하기 위해 위니아연구소 김치연구팀을 발족했다. 냉장고 김치와 차별화된 김치 맛 재현을 위해 연구팀은 본격적인 김치 연구에 착수했다. 100만 포기의 김장김치, 총각김치 등 다양한 김치의 숙성 연구로 김치발효 원리를 데이터베이스화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파일롯 모델 필드테스트를 수행하고, 토종 가전의 의미를 부여해 김치의 고어인 딤채로 확정했다.

딤채는 김장독 원리를 본떴다. 김장철인 11월 하순, 땅속 온도는 평균 5도다.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2월까지는 0~영하 1도 사이에서 유지되는 것이 우리나라 전통 김장독의 김치 숙성과 보관 원리다. 겨울철 땅속에 묻힌 김장독이 냉기 유출을 차단하고, 외부 공기 접촉을 줄이면서 김장독 내 온도를 0도에서 영하 1도 사이에서 유지해 준다. 김치 보관 원리를 ‘직접냉각방식’이라는 기술로 구현했다.

독립형 직접냉각방식의 시초는 삼성전자다. 삼성전자는 1992년에 출시한 김치냉장고에 이 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대중화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일반냉장고는 서양의 건조 음식 보관에 맞춰 냉기를 순환시키는 간접냉각방식이다. 냉장실 내부의 온도편차가 10도를 넘나들고, 저장 공간의 공기를 끌어들여서 냉기로 전환시킨다. 이 때문에 음식물 수분도 함께 빠져나가 김치나 탕, 찌개처럼 국물 음식이 많은 음식 보관은 어렵다. 장기간 수분 유지를 위해서는 직접냉각방식이 필요하다.

딤채의 성공은 냉장고뿐만 아니라 김치 ‘발효과학’ 기술과 김치연구소 등을 함께 마케팅 한 것이 주효했다. 위니아만도는 김치유산균과 비타민 C, 간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오르니틴 생성을 촉진하는 알고리즘으로 기술을 발전시켰다.

◇대형화와 함께 스탠드형 등장

2000년대 들어 김치냉장고는 대형화된다. 직접냉각방식이 김치의 장기 보관에 유리할 뿐만 아니라 수분에 민감한 채소나 육류, 생선과 같은 신석식품 보관에도 장점이 있어 소비자들은 보다 큰 김치냉장고를 찾았다.

이후 뚜껑식이 주류를 이루던 시장에 ‘서랍식’ 제품이 출시된다. 서랍식은 편리했지만 냉기효율이 뚜껑식보다 부족했다. 업체들은 이를 보완해 뚜껑과 서랍을 혼용한 제품들을 출시했다. 용량도 한층 커졌다. 53리터로 시작한 김치냉장고는 120리터, 180리터를 넘어 200리터까지 커졌다.

2000년 중반에는 스탠드형 제품이 시장에 나왔다. 스탠드형은 김치뿐만 아니라 다양한 야채나 식품, 와인 등을 보관하는 다용도로 쓰이고 김치를 손쉽게 꺼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냉장고 비중은 뚜껑형과 스탠드형이 약 6대 4 비율로 판매되고 있다.

※2000년 이후 김치냉장고 판매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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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