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현대자동차 직원은 쓰지만 삼성전자 직원은 안 쓰는 IT서비스가 있다. 바로 익명 사내게시판 제공 서비스 ‘블라인드’다.
지난해 창업한 팀블라이드(대표 정영준·문성욱)가 제공하는 블라인드는 직장인이 익명으로 사내 커뮤니티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블라인드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으로 사용자 신청을 받아 별도 사내게시판을 개설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일단 사내게시판이 만들어지면 개인의 회사 이메일주소로 인증받아 접속, 익명으로 활동할 수 있다.

블라인드는 지난해 말 서비스가 오픈되자마자 입소문을 타고 50개가 넘는 기업의 익명 사내게시판이 만들어졌다. 대부분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이다.
정영준 대표는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 익명성을 보호하기 위해 글을 써도 누군지 알아보기 어려운 직원 수 500명이 넘는 회사의 익명게시판만 개설하고 있다”며 “기본적으로 전체 직원 숫자 비중을 보고 100~200명 이상의 개설 신청이 쌓이면 열어주는 방식인데, 점점 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네이버, KT, LG전자 같은 IT기업부터 파리바게트나 신세계, 홈플러스 같은 유통사에 최근에는 현대자동차, 대한항공 게시판까지 열렸다.
정 대표는 “삼성전자는 직원 수도 많고 충분한 신청 숫자가 모이지 않았다고 생각해 사내게시판을 열지 않았다”며 “일찌감치 사내게시판 문화가 만들어져 있고 아무래도 기업보안을 중요시하는 문화 때문인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문성욱 대표는 “블라인드에서 혹여나 민감한 기업 내부정보가 외부로 유출되거나 문제가 됐던 사례는 없었다”며 “서비스 차원에서 ‘신고하기’ 같은 기능을 둬 잘못된 정보나 비방 내용이 유포되는 것을 막고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표는 “같은 회사 직장인끼리 비슷한 고민이나 애환을 나누는 자리로 많이 이용되고, 사내 소통 활성화 차원에서 블라인드를 가입했다고 말하는 임원도 사석에서 만난 적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고무적인 사례는 보안을 가장 중요시 여기는 대표적 분야인 금융회사들의 게시판이 잇따라 개설됐다는 것이다. 기업은행을 시작으로 하나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외환은행, 스탠다드차타드은행, 씨티은행 총 7개의 시중 주요 은행 사내게시판이 만들어졌다.
산업별로 묶어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금융권 ‘모두의 라운지’도 빠르게 오픈됐다. 사내게시판과 마찬가지로 누가 썼는지 알 수 없지만 회사명은 표시된다. 정 대표는 “은행권에 종사하는 사람은 동질감도 다른 곳에 비해 더 강하고 끈끈하기 때문인지 모두의 라운지에서 단체미팅을 주선하는 사례도 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문 대표는 “전체 가입자의 절반 이상인 60%가 활동하고 있다”며 “모바일로 편리하게 소통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미지나 이모티콘, 스티커 등을 추가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명희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