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어음 온라인 중개 시장’이 내년 초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열린다.
전자어음을 현금화하기 위해 금융기관·사채업자를 찾아다녀야 했던 이들과 수익 기회를 잡으려는 일반 투자자를 연결하는 온라인 장터다. 돈이 궁할수록 큰 폭의 손해를 감수해야 했던 중소 상인의 고통을 덜어줄 것으로 보여 상당한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2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콤은 내년 초 전자어음 온라인 중개 시장 개설을 위해 금융당국의 ‘투자중개업’ 인가 준비 절차에 돌입했다.
어음은 상거래시 기업·개인이 거래 상대에 내줄 돈에 대한 지불 증서다. 신용을 바탕으로 ‘얼마를 언제 어떻게’ 줄 것인지 약속한다. 어음을 받는 쪽에서는 3개월이 넘는 약속 기한 이전에 3·4차 협력업체 등에 돈을 지불하기 위해 현금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이 경우 은행·사채업자 등을 찾아가 어음 발행자 신용을 근거로 미리 현금을 받는다. 이때 은행·사채업자가 어음 금액의 일부를 이자형태로 나눠 갖는데 받는 자의 어음 총액이 깎인다는 의미로 ‘어음할인(어음깡)’이라고 부른다.
전자어음 온라인 중개는 어음할인을 받아 현금화를 원하는 측과 어음을 사들여 할인액 만큼의 차익을 원하는 자를 연결하는 것이다. 코스콤 관계자는 “불특정 다수 투자자를 상대로 어음 할인을 공식 중개하는 플랫폼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도 없다”며 다수 어음 거래가 ‘지하경제’에 머물러 있음을 지적했다.
이 중개 시스템에서 어음 판매자는 낮은 할인율을 제시한 여러 투자자와 거래해 할인폭을 줄일 수 있다. 코스콤 관계자는 “지금까지 전자어음 발행·등록·배서는 금융결제원·스타뱅크가 해오고, 어음할인은 은행·사채업자 등이 맡아왔지만 다자간 거래 시장은 없었다”며 “금융IT기업으로서 구상한 ‘핀테크(Financial+tech)’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전자어음의 발행 및 유통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전자어음 의무발행 기업 기준(자본금 100억원 이상→10억원 이상)이 낮아져 발행 건수와 금액은 큰 폭 늘어날 전망이다. 2013년 기준 전자어음 발행 건수가 이미 148만건으로 금액은 204조원에 달했다. 만기에 어음을 소진한 경우가 55%에 그쳤으며 27%가 은행에서 할인을 받고 나머지는 사채업자나 개인 중개업자를 통해 거래됐다.
온라인 중개 시장 개설시 가장 큰 효과는 이 같은 음성적 어음 거래의 양성화다.
코스콤 관계자는 “30~40%의 할인율을 감당하면서 사채업자·중개상을 통해 지하에서 어음을 거래해야 했던 중소상인이 더 나은 조건으로 어음 유동성을 높일 수 있다”며 “공공성을 띤 코스콤이 부동자금 유입, 음성자금 양성화, 거래의 투명성·안정성 확보 등으로 중소기업 상거래 생태계와 창조경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표. 전자어음 발행 건수와 액수, 발행 형태 (자료:코스콤)
유효정기자 hjyou@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