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금융위원회가 역점을 두고 벌이는 정부 정책 중 하나가 바로 기술금융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최근 전국을 돌며 ‘현장의 기술금융 파이프라인 역할을 금융위원회가 하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모든 금융사와 기업이 머리를 맞대는 현장 소통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그런데 최근 기술심사인력 부족으로 유관 기관 간 인력 빼가기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문 인력은 부족한데 정작 금융당국은 기술금융 홍보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증기관 퇴직인력이 순식간에 기술금융 전문 인력으로 둔갑해 민간 기술신용평가(TCB)기관에 재취업하는 등 심사 부실화가 걱정되는 대목이다.
이 같은 사실이 본지를 통해 알려지자, 금융위는 이 같은 사실을 누가 언론사에 정보 제공했냐며 보증기금사 정보원 추적에 나섰다고 한다.
심지어 정보를 해당 언론사에 제공하지 않았다면 이 같은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확약서’를 작성해 제출하라고 불호령을 내렸다.
한심한 모습이다. 기술금융은 창조경제의 성장엔진으로 급부상한 국가 정책이다. 기술금융이 제대로 안착하기 위해서는 현장에서 벌어지는 부실화, 문제점 등을 제대로 인지하고 개선해 나가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겸허히 의견을 수용하는 것이 금융당국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다.
기술금융 홍보에 반하는 ‘현장 이야기’를 외면하고 부작용을 감추는 데에만 급급한 모습을 보면서 과연 기술금융 파이프라인 역할을 금융위가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선다.
금융권 검사라는 권한을 악용해 해당기관을 윽박지르고 잘못된 부분을 지적하면 감추기에만 급급한 구태의연한 행태를 버리길 바란다.
오죽하면 해당 기관들이 금융위의 독선적인 행동을 말려달라며 간곡한 청탁(?)까지 할까. 진정한 기술금융 강국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금융위원회의 독선을 버리길 바란다.
길재식기자 osolgil@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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