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시아로 기회 넘어온 세계 ICT 패권

우리나라가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가입 62년 만에 처음 고위선출직을 배출했다. 이재섭 박사가 지난 24일 ITU 표준화총국장으로 선출됐다. 세계 정보통신기술(ICT)에서 높아진 한국 위상을 세계가 인정한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 국제 사회에서 리더십을 발휘해 달라는 요구가 높아진 셈이다. 그 전날엔 ITU 차기 사무총장으로 단독 출마한 자오허우린 현 사무차장이 선출됐다. 중국은 ITU 수장을 배출하면서 세계 ICT 패권 주도권 싸움에서 중국 영향력은 한층 커지게 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 주도권 싸움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ITU 5대 선출직 가운데 두 자리를 아시아인이 차지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미국과 유럽 양립 체제였던 세계 ICT 판도가 아시아가 가세한 정립 체제로 바뀐다는 뜻이다. 더욱이 두 자리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사무총장은 정책 수립부터 예산 집행까지 ITU 전반을 관리하는 최고위직이다. 표준화총국장은 차세대 ICT 국제 표준에 대한 실질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로 위상이 갈수록 높아진다. 두 사람 역할에 따라 무게중심이 아시아 쪽으로 더 많이 기울 수도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의 ICT 협력을 한층 강화해야 한다. 한국은 사물인터넷(IoT), 5세대(G) 이동통신 등 미래 ICT 산업을 주도하는 꿈을 꾼다. 중국은 산업뿐만 아니라 주도권까지 거머쥔 ICT 최강국이 되려 한다. 최근 알리바바, 텐센트, 화웨이, 샤오미를 비롯한 ICT기업까지 급부상하면서 중국의 꿈은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과 중국은 경쟁 관계이지만 세계 ICT 주도권 장악이라는 목표 아래 서로의 힘을 필요로 하는 사이다.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할 때 두 나라 모두 목표에 더욱 빨리 도달할 수 있다. 양국 협력이 활발해 국제 사회에서 영향력을 보이면 일본까지 가세해 ‘아시아 파워’는 한층 커질 것이다. 한중, 한중일 ICT장관회의를 비롯한 외교뿐만 아니라 기술 산업계, 학계까지 망라한 교류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 이번 ITU 선거가 주는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