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만해도 걸어 다니며 보는 TV(DMB)를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고속도로 하이패스도 그렇습니다. 상상을 현실로 만드는 즐거움을 시작하려 합니다.”
안테나 전문 업체 이노링크의 조대형 기술개발 총괄이사(CTO)는 지난달 세계 최초로 개발한 필름형 투명안테나 ‘나노 레벌루션’의 탄생 원동력으로 ‘상상’을 꼽았다. “안테나는 반드시 철제 가시 안테나여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었다”며 “미래 사회의 필수 소통 수단인 전파를 더욱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데 개발 목표를 두었다”고 말했다.
조 이사가 안테나 개발의 길에 들어선 계기는 2000년대 중반 DMB 개국이다. 휴대전화에 DMB 기능을 넣어 ‘이동 TV’ 시대가 실현된 모습을 보며 ‘안테나의 시대’를 예감한 것이다. 이후 석·박사급 연구진을 모아 휴대전화에 필요한 소형 DMB 안테나를 개발하고 국내외 여러 휴대전화 제조사에 납품하며 품질을 인정받았다.
DMB 안테나 성공은 휴대전화뿐만 아니라 PMP, 내비게이션 등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제대로 시장을 읽지 못한 패착의 원인이기도 했다. 조 이사는 “스마트폰과 같은 DMB 이후를 봐야했지만 그러질 못했다”며 “해외 업체들이 플랫형, 지능형 등 안테나 사업을 다각화할 때 DMB만 고집했다”고 말했다.
조 이사가 본격적으로 ‘DMB 이후’를 내다보게 된 계기는 ‘지상파’였다. 국내에서는 10% 미만의 직접 수신율로 소비자의 외면을 받고 있었지만, 디지털 전환이라는 시대적 과제에 회사의 명운을 맡기기로 했다.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손잡고 국내 디지털 전환 협의체 ‘DTV코리아’와 함께 지상파 안테나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시작은 좋지 않았습니다. 전화 한 통이면 1시간 내에 월 1만원짜리 유료방송이 설치되는 나라에서 설치가 번거로운 지상파 안테나는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해외는 달랐습니다”
미국, 멕시코 등 지상파 디지털 전환을 진행하거나 앞둔 국가 바이어들이 이노링크 안테나를 찾기 시작했다. 지상파 안테나가 계속 성장하는 시장이라는 의미였다. 늘어나는 주문량을 맞추기 위해 멕시코 현지에 직접 생산시설을 마련했지만 한국산 안테나를 찾는 수요는 계속 늘어 이노링크 1년 매출의 80%가 해외에서 나오게 됐다. 다들 끝났다고 생각한 지상파 안테나 시장을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확보한 것이다.
조 이사는 “투명 안테나를 시작으로 다양한 ‘안테나의 가능성’을 찾고 싶다”고 했다. 어릴 적 상상에 그쳤던 것들이 현실이 되는 모습을 보면서 안테나를 그 중심에 올려놓는 꿈이다.
“안테나를 두고 거추장스럽다, 번거롭다고들 말하지만 블루투스 기기의 큰 성장세만 보더라도 ‘무선’에 대한 큰 수요를 알 수 있습니다. 10년 넘게 갈고 닦은 안테나 기술을 활용해 ‘무선’이 대세가 되는 미래를 열고 싶습니다.”
서형석기자 hsseo@etnews.com
사진=박지호기자 jihopres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