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학대담]신성철 DGIST 총장-노벨상 수상자 댄셰흐트만 교수

“과학자는 자신을 믿고(believing in yourself), 끈기(Tenacity)를 갖고 남들이 가지 않는 길에 도전해야 합니다.”

2011년 제3의 고체로 불리는 준결정(Quasi-Periodic Materials)을 발견해 노벨화학상을 수상한 댄 셰흐트만(Dan Shechtman)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 교수가 최근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DGIST)을 방문했다. 셰흐트만 교수는 DGIST가 운영하고 있는 ‘명강의 시리즈(Distinguished Lecture Series)’ 초청강사로 초대됐다. 이날 셰흐트만 교수는 신성철 DGIST 총장과 만나 한-이스라엘이 안고 있는 이공계 문제점과 발전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2011 노벨화학상 수상자 댄 셰흐트만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 교수(왼쪽)가 신성철 DGIST 총장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2011 노벨화학상 수상자 댄 셰흐트만 이스라엘 테크니온공과대학 교수(왼쪽)가 신성철 DGIST 총장의 질문에 대답하고 있다.

신 총장은 혁신적 교육시스템을 이공계 대학에 접목시키려 노력 중이다. 셰흐트만 교수 역시 이스라엘 교육시스템의 패러다임을 바꾸기 위해 올해 이스라엘 대통령 선거에 나왔던 인물이다.

비슷한 길을 걸어온 때문일까. 두 과학자의 만남은 이공계 교육에 새로운 틀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합의점을 찾았다.

-신성철(DGIST 총장)=(노벨화학상을 받은 것과 관련) 결정체에서 5각 대칭성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과학계의 정설이었다. 준결정을 발견했을 때 수많은 과학자들이 ‘말도 안 돼(non-sense)’라고 할 때 어떤 생각을 했나.

△셰흐트만(테크니온공과대학 교수)=노벨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라이너스 폴링 같이 저명한 과학자 조차도 나를 비난했다. 하지만 수없이 반복해 동일한 결과를 얻어냈고, 그 실험결과에 대한 확신이 나를 지탱해줬던 것 같다.

-신성철=한국은 기초과학이 약하다. 기초과학 교육과 연구를 강화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셰흐트만=기초과학은 근본적으로 글로벌한 분야다. 교수와 연구원들은 세계의 과학자들과 협력해 공동연구를 해야 한다. 이스라엘 노벨상 수상자들은 모두 국제적 공동연구를 했던 사람들이다.

-신성철=DGIST에서도 국제적 공동연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스위스연방공대와 공동연구를 통해 마이크로 의료로봇을 개발, 세계적 주목을 받은 것이 대표적 사례다. 하지만 한국엔 아직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한국 과학계에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셰흐트만=한국에도 조만간 노벨상 수상자가 배출될 것으로 생각한다. 다만 좀 더 많은 자유를 가지고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꾸준히 연구하면 될 것으로 본다.

-신성철=박근혜 정부는 경제성장을 위한 원동력으로 창조경제를 제시했다. 기초과학이 창조경제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지 견해를 듣고 싶다.

△셰흐트만=테크니온공대에서 27년간 기술과 기업가정신을 가르쳤다. 기술기반 창업을 어떻게 시작할 것인가에 대한 내용인데 처음엔 중요하지 않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았다. 지금은 대학이 나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모든 이공계 대학이 학생에게 창업교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크니온공대처럼 창업교육을 필수과목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신성철=한국은 이공계 기피현상이 심각하다. 이스라엘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셰흐트만=이공계 기피현상은 이스라엘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가 그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점이다. 우선 미래 과학자나 공학자가 되고 싶어하도록 어릴 때부터 교육을 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과학에 관심을 갖도록 해주는 프로그램도 반드시 필요하다.

-신성철=중국 관동지역에 생기는 신생대학의 부총장으로 활동할 계획이라고 알고 있다. 어떤 계획을 갖고 있나.

△셰흐트만=관동지역은 중국인구의 10%가 살고 있지만,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산업이 발달했다는 의미다. 신설될 대학에서는 환경오염 전문가를 양성하고 기업가정신을 가르칠 계획이다. 특히 화학공학과 도시공학 전공을 개설하고 모든 강의는 영어로 진행하게 될 것이다.

-신성철=올해 이스라엘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을 때 ‘엉망인 이스라엘 교육 시스템을 바꾸고 싶어서’라는 말을 했다. 어떻게 바꾸고 싶었나.

△셰흐트만=이스라엘 교육상황은 심각하다. 교사 급여 수준이 너무 낮은데다 더 큰 문제는 이스라엘 정부가 교사의 질적 수준을 관리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점이다. 교육에서 품질관리는 자동차부품 하나하나의 품질관리와 같은 개념이다.

-신성철=존경하는 과학자나 멘토로 삼는 학자가 있는가.

△셰흐트만=많지만 그중에서 단연 아인슈타인이다. 아인슈타인은 기존에 있었던 지식을 거인의 어깨 삼아 탐구했고, 그 결과 직관에 반대되는 자연의 이치를 밝혀냈다.

-신성철=과학자를 꿈꾸는 청소년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

△세흐트만=먼저 끈기를 가지라고 말하고 싶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낄 때 새로운 발견이 시작된다. 또 자신을 믿어야 한다. 다른 과학자들이 비난해도 자신의 실험결과를 믿고 견뎌야 한다. 또 과학자가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과학적 지식이 반드시 필요하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