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창업교육 전문가들 “비즈쿨,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대해야”

중기청·창업진흥원 공동 주최 `청소년 비즈쿨 콘퍼런스`에서 제기

정부의 청소년 비즈쿨 교육 프로그램 활성화를 위해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대하고, 참여형 체험 중심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내 창업교육 관련 전문가들은 30일 중소기업청, 창업진흥원 공동 주최로 광주 김대중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청소년 비즈쿨 콘퍼런스’에서 비즈쿨 지원 사업 추진 및 발전 방안 등을 모색했다.

[기획] 창업교육 전문가들 “비즈쿨, 초·중·고 정규 교육과정으로 확대해야”

청소년 비즈쿨 지원사업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국내 유일의 기업가정신 확산 지원 정책이다.

전국 초·중·고교의 창업 체험교육을 통해 청소년의 도전 정신과 창의력을 키우고 기업가 정신을 확산시킬 목적으로 2002년 도입됐다. 그동안 모두 82만9000명의 학생이 비즈쿨 지원사업에 참여해 미래 창조 경제 주역으로서의 자질과 역량을 키워왔다.

이날 참석자들은 미국, 이스라엘, 독일 등 선진국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사례를 소개하며 한국의 비즈쿨 지원사업이 지향해야 할 방향을 제시했다.

◇김진수 중앙대 교수(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개선방안)=최근 발표된 청소년 기업가정신 실태 조사를 보면 비즈쿨을 통해 기업가 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이 받지 않은 학생과 비교해 혁신성, 위험 감수성, 진취성, 자율성, 성취 욕구 등 모든 영역에서 기업가 정신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소년기에 중요한 진로 인식에서도 기업가정신 교육을 받은 학생이 받지 않은 학생보다 진로의 구체성과 다양성이 향상된 것으로 조사됐다. 학교 교사는 비즈쿨 교육을 통해 학생의 기업가적 마인드가 향상됐다며 가장 큰 변화로 꼽았고, 진로 선택이 구체적이고 다양해졌다는 의견도 나왔다.

비즈쿨 활성화를 위해서는 체험 교육을 강화하고, 교육환경 개선, 프로그램 및 콘텐츠 개발 보급, 교사 전문성 강화 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면 청소년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교육을 확대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 현재 비즈쿨을 통한 기업가정신 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는 우리나라 전체 학교의 2%도 채 안 된다. 정부, 학교, 기업 등 유관기관 간 협력 모델을 확장시키고, 현장 체험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도 필요하다.

◇김용모 광주대 교수(미국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현황과 사례)=미국은 1980년대에 기업가정신 교육이 청소년 교육의 한 분야로 정착됐다. 현재 30개 이상 주에서 기업가정신과 창업 관련 수업이 이뤄지고 있고, 아이오와주 등 10개 주에서는 법제화를 통해 의무적으로 교육하고 있다.

정규 교육과정은 기업가 정신, 경영학, 시민의식, 수학, 윤리, 독립의식, 협력 등 다학제 프로그램으로 운영되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학습을 진행한다. 방과후 프로그램에서는 여름 캠프를 통해 기업가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운영하고, 비즈니스 플랜을 학생이 직접 작성하도록 교육하고 있다.

미국 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민간 분야에서의 기업가정신 교육이 활성화돼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JA, NFTE, DECA, 카프만 재단 등이 초중고 학생을 대상으로 경제교육, 기업가적 역량 강화 등 기업가정신 교육을 수행하고 있다. 이런 점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대학과 민간 영역에서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이 활성화돼야 한다.

◇신언명 서울디지털대 교수(독일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 현황과 사례)=독일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은 쾰튼 독일경제연구소 주니어 비영리 유한책임회사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주니어 기업에서 평균 13명의 학생이 매주 2~4시간 최소 50시간을 규칙적으로 일한다. 회사는 사업 종료후 모든 학생에게 ‘젊은 기업인 증서’를 발급해 준다. 증서는 향후 직업 교육이나 대학 입학 시 유용하게 활용된다.

교육 과정은 학생이 시장 조사부터 제품 개발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아이디어를 사업화로 연결시킬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으로 구성된다. 또 기업 지분 소유자에 대한 배당, 세금 등 관련 교육을 통해 창업에 대한 인식 개선도 도모한다. 주니어 콤팩트 박람회를 통해 학생이 자신 사업에 대한 아이템을 소개하고, 홍보할 수 있도록 핵심적 능력을 향상시킨다. 독일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도 정부나 학교, 기업 등 유관기관 간 협력 모델을 더욱 확장시키고, 학생이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현장 체험을 강화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 개발이 시급하다.

◇에얄 빅터 마모 이스라엘 코이스라 상무이사(이스라엘의 청소년 기업가정신 프로그램)=이스라엘은 청소년 기업가정신 함양을 위해 자신과 타인에 대한 이해, 사회적 기업가정신, 사업계획서 수립 등 다양한 종류의 교육을 시시하고 있다. 교사는 학생이 열린 자세로 토론하고 학습할 수 있도록 학생 주도의 참여를 촉진하고, 각자의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서 경험적으로 체득할 수 있도록 촉진자 역할을 한다. 학생이 자신의 아이디어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기회 포착 능력을 기르고, 가치를 구현해 나가는 기업가 정신 교육이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청소년 기업가정신 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창업 중심 교육보다 사회 경제 전반 문제에 대한 인식부터 문제해결과정 속에서 새로운 시각과 기회를 포착하는 능력, 그리고 이를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한국에도 초·중·고 등 청소년 성장 단계를 고려한 기업가 정신 교육 프로그램이 필요해 보인다.

광주=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