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3년 만에 분기 영업이익 4조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반도체 사업부는 선전했지만 스마트폰과 생활가전 사업부는 글로벌 경쟁 심화와 경기 침체 여파로 실적이 악화됐다. 삼성전기도 삼성전자 스마트폰 실적 부진 여파로 영업 적자로 돌아섰다.
삼성전자는 3분기 영업이익이 4조600억원을 기록했다고 30일 밝혔다. 분기 영업이익 10조원 시대를 연 스마트폰 담당 IT모바일(IM) 부문의 영업이익이 1조7500억원에 그쳤다. TV와 생활가전을 만드는 소비자가전(CE) 부문 영업이익도 500억원으로 부진했다. 부품(DS)부문은 반도체 부문의 실적 호조로 2조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시현했다. 삼성전자는 실적 악화에도 올해 투자 규모를 계획대로 24조원 중반대를 유지한다. 3분기 시설투자 규모는 4조3000억원으로, 올해 누계로 14조5000억원을 집행했다.
◇IM, 3분기 추락
삼성전자 IM(IT모바일)사업부는 최근 3년래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삼성전자 스스로 급변하는 시장상황에 신속하게 대응하지 못했다고 자평했다. IM사업부의 3분기 매출은 24조5800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4%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1조7500억원으로 전 분기 기록한 4조4200억원을 크게 밑돌았다. IM사업부 영업이익은 지난해 3분기 6조7000억원을 올린 이후 지속 하락해 1년 만에 2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영업이익이 2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1조7000억원에 그친 지난 2011년 2분기 이후 3년 만이다.
스마트폰을 포함한 휴대폰 판매량은 늘었지만 중저가폰 비중이 늘면서 평균 판매가격(ASP)이 크게 하락했다. 이명진 삼성전자 IR 담당 전무는 “중저가 제품 비중이 늘고 기존 모델은 가격을 내리면서 ASP가 하락했다”며 “마케팅 비용도 늘어나 전 분기 대비 실적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TV·생활가전 프리미엄 효과에 기대
3분기 CE부문 영업이익 500억원은 지난해 동기(3500억원)와 비교해 85%나 축소된 수치다. TV와 생활가전제품 모두 월드컵 특수 종료와 비수기로 실적 악화가 예상됐지만 그동안의 꾸준한 성과와 비교하면 ‘어닝쇼크(실적 충격)’란 반응이다. 특히 최근 TV에서 ‘곡면(커브드)’과 ‘초고화질(UHD) 해상도’ 전략이 통하며 시장에서 호평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앞으로의 수익성에도 암운이 드리운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삼성전자는 TV에서 판매 확대와 선도 업체 위상 강화에도 불구하고 ‘판매가격(판가) 하락’과 ‘패널 강세’ 영향으로 실적 확보에 한계를 겪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올해 UHD TV시장이 크게 열릴 것으로 보고 패널업계가 UHD 패널로 방향을 틀면서 풀HD 패널 판매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시장에 풀HD가 여전히 주류를 형성하면서 TV제조사가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전했다.
◇반도체 호황 지속, 디스플레이 4분기 TV 판매확대에 기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맡는 DS(부품) 부문 영업이익은 2조3300억원으로 지난 분기(2조900억원)보다 실적이 개선됐다. 전반적인 부진에도 불구하고 DS의 견조한 성장을 이어갔다.
특히 반도체는 2조26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반적인 실적 부진 상황에서 좋은 성과를 냈다. 주력 메모리반도체에서 성수기 수요가 견조한 가운데 첨단 공정전환이 이뤄지면서 실적이 개선됐다. D램은 20나노급 비중이 커지는 가운데 모바일 수요 확대로 수익성을 높였다. 낸드플래시는 모바일과 대용량 SSD의 판매확대가 나타났다. 다만 시스템LSI는 AP 수요감소와 거래처LSI 부품 재고조정 영향으로 실적이 둔화됐다.
◇적자전환 삼성전기, 4분기 턴어라운드 예상
삼성전기도 주 거래처인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진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들어 소폭 회복세를 보이던 실적이 3분기 만에 큰 폭 적자로 돌아섰다. 3분기 매출 1조7217억원, 영업손실 691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 분기 대비 7%, 작년 동기 대비 19% 감소했고, 영업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회사 측은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의 성장둔화 흐름 속에서 주요 거래처 플래그십 모델 수요 감소와 경쟁심화에 따른 판가인하, 환율 영향 등이 더해져 경영지표들이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최근 실적 추이(단위:조원) ※자료:삼성전자 (2012년부터 삼성디스플레이 분사 반영)>
김준배·김승규·정진욱·박정은 joo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