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버즈-황민교 기자] #소비자 A씨는 화질 좋은 블랙박스를 찾다가 지난 2012년 10월 파인뷰 CR-500HD를 구매했다. 한데 사용 8개월여가 지날 무렵 블랙박스에 시간 설정 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AS센터에 문의한 결과, 이는 내장 배터리가 방전되어 발생하는 현상이므로 배터리 교체를 위해 기기를 AS센터로 보내야 한다는 답이 돌아왔다.
수리해서 다시 택배를 받는 과정은 약 5일에서 일주일. 이마저 무상수리기간이 끝나면 2만 5,000원(배송료 포함)의 수리비용까지 물어야 했다.
앞에서 언급한 파인뷰 CR-500HD는 대부분 블랙박스와는 달리 내장배터리를 지니고 있다. 사고나 위급상황에서 차량 전원이 중단되더라도 여분의 녹화를 진행하고 안전하게 저장하기 위해서다. 문제는 이 내장배터리가 RTC(Real Time Clock), 즉 시간 설정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방전될 경우 녹화시간이 엉뚱하게 기록된다는 것이다. 교통사고의 시비를 가리는 중요한 근거인 영상에서 정확한 시간은 매우 중요한 부분일 터.
배터리 수명은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상시 전원 모드로 사용하면 짧게는 수개월 길어도 1년 정도 사용할 수 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이 내장배터리는 시간 설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 수명이 다할 경우 필히 교체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CR-500HD 내장 배터리는 자가 교체가 불가능한 구조여서 반드시 AS센터로 제품을 보내야 한다. 택배가 오고 가는 일주일 동안은 차량이 무방비 상태에 놓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무상수리기간이 끝나면 매번 2만 원의 수리비에 배송료까지 소비자가 부담해야 한다. CR-500HD를 쓰는 동안에는 매년 2만 원 이상의 돈과 일주일의 시간을 들여야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런 정보는 제품 선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부분인 만큼 사전에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고지됐는지 여부가 중요하다. 실제로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배터리 교체가 유상 서비스이고 1년 채 안 되는 주기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절대 구매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글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다수의 소비자가 동일한 내용에 대해 혼동을 한 셈이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배터리는 본래 소모품이고, 품질보증기간 6개월을 표기했으니 문제 될 것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내장배터리’라는 표기만으로 이 모든 상황을 내다보길 바라는 건 소비자에게 과도한 책임을 지우는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소비자가 내장배터리의 방전 시기가 몇 개월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구매 전 미리 예측하기 어렵고 △교체를 위해선 매번 택배로 AS로 보내야 하는 점 △무상수리기간 이후에는 비용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점 등에 대한 안내가 사용자 설명서와 인터넷 상세페이지, 설치 기사 방문시에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
또 품질보증기간인 6개월 이후에 처음으로 배터리가 방전된다면 아예 무상혜택을 받아볼 수조차 없다. 자가 교체가 가능하다고 오인할 여지도 존재한다. 블랙박스가 다양한 연령층이 사용하는 제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좀 더 상세한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을까?
이에 대해 정지연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블랙박스는 갑작스러운 사고를 대비해 설치하는 제품이므로 내장배터리 수명, 교체주기 알려주는 건 이 제품에 있어 굉장히 중요한 정보”라며 “그런 고지가 충분히 없었다면 차후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는 뜻을 밝혔다.
이어 “물론 사용 패턴에 따라 배터리 수명이 다르다 하더라도, 사용 시간이나 설정 모드에 따른 평균적인 수치는 존재한다”며 “그런 기본적인 정보 정도는 제공해야 소비자가 예측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무상수리기간 이후에 사고가 났다면 사측에서 책임지지 못 하지 않느냐” 반문하며 “제품 자체의 목적이 사고가 났을 때 입증하기 위함이 크기 때문에 상시전원모드에서 수명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면 교체주기를 소비자가 충분히 인지하도록 알려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파인디지털 측은 설명서를 통해 블랙박스를 임의로 분해·개조하지 말라고 당부하며 문제가 발생할 경우 품질보증기간과 관계없이 책임지지 않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러한 부분을 소비자 역시 모를 리는 없을 테지만, 장시간 블랙박스가 없을 때 느끼는 불안감과 금전적 손해를 줄이기 위해 일명 DIY 교체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오픈 마켓에서는 배송료 포함 1만 원 정도면 리튬이온 배터리를 어렵지 않게 구매할 수 있다. 공식 AS센터에서 드는 시간과 가격의 50% 정도다.
현재 파인뷰 CR-500HD뿐만 아니라, CR-200HD, CR-300HD도 같은 내장배터리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특히 CR-500HD의 경우 당시 판매가가 30만 원 이상의 고급형 제품이었기에 더욱 납득가지 않는 부분이 많다. 참고로 파인뷰의 이후 출시 제품에서는 내장배터리가 빠진 상태다.
사업자는 소비자에게 상품에 대한 정보를 성실하고 정확하게 제공해야 할 의무가 있다. 단순히 분쟁 해결 기준을 충족했다고 해서 맡은 책무를 다했다고 보긴 어렵다. 구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며 다수의 소비자가 오인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이 같은 피해를 막을 수 있는 방법에 관해 묻자, 정 사무총장은 “일반적으로 블랙박스는 중소기업 제품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차후 AS 부분과 관련해 분쟁이 많이 발생한다”며 “소비자는 지속해서 AS를 믿고 받을 수 있는 업체를 이용해야 사후적인 피해보상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버즈 황민교 기자 min.h@ebuzz.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