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IP)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는 가운데 ‘재산세’나 다름없는 특허 유지비용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유지비용이 기술 이전료보다 커지면서 대학과 기업에 경영 고통이 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지식재산 시장의 현황과 발전 방향, 특허 유지비용 문제의 해법을 2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배보다 배꼽이 큰’ 특허 유지비용이 우리나라 전체 특허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허를 유지하기 위해 내야 하는 세금은 매년 늘어나는데 정작 기술 이전료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현행 특허 유지비용 제도는 특허를 보유한 기간이 길수록 세금액수가 불어나는 구조다. 초반 유지비용을 높게 책정하고 시간이 갈수록 감면해주는 일본과 비교하면 정반대다. 이에 발명 특허의 산실인 대학과 이들 특허를 사들이거나 직접 개발해 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일선 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매년 늘어나는 특허 유지비용을 감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업계에 따르면 각 대학 IP센터에서 매년 지출되는 특허 유지비용은 30억원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됐다. 하지만 기술 이전료는 많아야 5000만원 수준이다. 특히 한국발명진흥회 등 특허청 산하기관을 거쳐 중개되면 특허 1건당 300만~500만원이 통상적인 기술거래 금액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한 건의 20년 유지비용이 2000만원 가량인데 권리를 팔려고 시장에 내놓으면 500만원이 된다”며 “이렇게 경제 논리가 맞지 않는다면 특허 출원 수가 줄고 사장되는 특허가 늘어나는 게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우수기술을 많이 갖고 있는 기업과 기관에 혜택을 줘야 국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특허청은 중소기업과 개인이 특허를 출원할 때 각종 할인 혜택을 주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1000건, 1만건에 육박하는 다량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에 유지비용을 줄여주는 정책은 전무하다. 대기업들은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일부 특허는 관납료를 일부러 내지 않고 특허를 사장시키는 사례도 등장한다. 나중에 해당 특허가 무기인 소송을 당해도 속수무책인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업계 관계자는 “특허 8000건을 보유한 대기업에 유지비용 감면 혜택을 준다면 1만건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지 않겠냐”며 “특허출원 장려책이 지나치게 개인과 중소기업에 맞춰져 있어 투자를 많이 하는 기관이나 대기업은 역으로 소외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기형적 구조로 특허 유지를 위해 정부 곳간에 쌓인 특허세금(관납료)은 연간 5000억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원일 대한변리사회 이사는 “우리나라 특허 수수료 구조는 특허 출원료, 심사 청구료 등 미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별도로 다루지 않는 항목을 복잡하게 많이 만들어 놓은 측면이 있다”며 “기업 및 기관의 경쟁력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절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특허청 관계자는 “특허 수입을 납부하는 기업의 45%가 해외기업인 상황에서 기술을 독점하는 대가로 유지하는 관납료가 너무 적으면 기술이 새나갈 수 있다는 정책적 차원의 문제도 있다”며 “개인 등의 입장에서 지식재산이 득보다 실이 크다면 빨리 포기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연차별 특허유지비용
(자료: 한림아이피에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